[ 정지은 기자 ] 국내 항공업계가 중국 정부의 ‘한한령(限韓令·한류금지령)’에 대응할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당분간 중국 노선 대신 일본이나 동남아시아 운항편을 늘리는 방향의 ‘응급조치’를 시행할 방침이다.
제주항공은 이달부터 다음달까지 일본과 베트남, 말레이시아 일부 노선의 운항편을 늘린다고 1일 밝혔다. 이번 증편은 제주항공이 중국으로부터 지난달 전세기(부정기편) 운항 허가를 받지 못한 점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됐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12월 중국 항공당국에 1~2월 전세기 6편 운항을 신청했다가 불허 통보를 받았다. 전세기는 현지 여행사가 한국행 관광객을 모집하고 국내 항공사와 협의해서 운항하기 때문에 별도 허가를 받아야 한다. 당시 아시아나항공과 진에어도 각각 전세기 1편의 운항을 신청했지만 거부됐다.
이 조치는 지난해 한국 정부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따른 보복성 한한령의 영향이 큰 것으로 항공업계는 보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당장 타격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중국 노선에 투입하려던 운항편을 다른 노선에서 운항하면 되기 때문에 직접적인 피해는 없다”며 “전세기는 임시항공편이어서 전체 항공 수요에도 큰 영향을 주진 않는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이나 진에어도 중국에서 거절당한 전세기는 다른 노선에 이용할 방침이다.
그럼에도 항공업계는 노심초사하고 있다. 중국의 한한령이 심해져 항공 제재 조치가 더욱 확산될 우려가 있어서다. 중국이 한국과 중국 간 노선을 감축하거나 항공을 통한 방한을 정책적으로 제한한다면 항공사뿐 아니라 관광업계에도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민간기업인 국내 항공사가 취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응 방안은 없다는 게 업계의 하소연이다. 업계 관계자는 “관련 노선을 다른 국가로 돌리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며 “정부의 외교적 노력이 수반돼야 해결될 수 있는 문제여서 항공사에선 정부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