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반기문 불출마 이후 전문가들 전망은…"수혜자는 2安"

입력 2017-02-02 15:25   수정 2017-02-06 21:14

크게 출렁이는 대선 구도…2위 사라져 불안한 '文의 역설'
범여권 구심점 상실 "황교안·유승민이 대안? 파괴력 약해"
안철수·안희정 반사이익…'文 대항마' 본선경쟁력이 관건



[ 김봉구 기자 ]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사진)이 대선 레이스에서 중도 이탈했다. 보수층 지지자들이 기대한 ‘범여권 구심점’의 역할은, 기성정치인이 아닌 반 전 총장에게는 버거웠다. 그의 이탈로 야권 유력주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항마가 사라졌다. ‘문재인 대세론’은 한층 공고해진 것일까. 그렇지만은 않다는 게 역설적이다.

2일 전문가들이 분석한 반기문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 의미와 향후 전망을 종합하면, 문재인 전 대표에게는 오히려 중장기적 위기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지율 1위 문 전 대표로선 반 전 총장의 탈락이 반갑지 않다. 일단 2위의 증발은 맞수가 사라지는 효과를 낸다. 하지만 달리 보면 문재인이 ‘무난하게 이기는’ 구도가 깨졌다. 판이 흔들리고 있다. 당선가능성 면에선 불확실성이 커진다. 대세론을 한 꺼풀 벗겨내면 문 전 대표는 아직 안정적인 40%대 지지율을 확보하지 못했다.

◆ 반기문 불출마, 여권·보수에 치명적

문제는 여권이다. 문재인 대세론에는 금이 갈 정도지만 범여권은 그야말로 치명타를 입었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반기문은 범보수 세력을 결집시킬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카드였다. 여권에 커다란 악재”라고 평가했다.

김준석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반 전 총장의 불출마 결정을 “반기문에 대한 기대치의 핵심은 ‘반문(反文) 연대’의 구심이 되어달라는 것, 근거는 높은 지지율이었다. 그런데 귀국 후 언행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원심력으로 작용하면서 이 지지율이 빠져버렸다”라고 설명했다.

정한울 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도 “야권 후보의 당선가능성이 상당히 올라갔다”고 봤다. 그는 “정권에 대한 실망감 탓에 새누리당에서 이탈한 보수층 지지자들이 온전히 복원되기는 어렵다. ‘새 구심점’으로 거론되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역시 반 전 총장에 비해 특별한 강점을 가진 것도 아니다”라고 짚었다.

반 전 총장 지지층 표의 일부가 보수 주자에게 돌아온다 해도 파괴력은 제한적이다. 김 교수는 “행정가인 황 대행은 아직 정치인으로서는 보여준 실적이 없다”고 말했다. 윤 실장도 “냉정히 말해 황 대행에게 가는 표는 ‘죽은 표’다. 황 대행이나 유승민 의원(바른정당)으로의 단일화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 흩어진 반기문 표는 누구에게 갈까

공중분해된 반 전 총장 지지층은 어느 대선주자에게 향할까. 지지층의 성격을 세분해 예측할 필요가 있다.

보수 성향 지지층은 황 대행과 ‘보수 후보 단일화’를 내건 유 의원으로 분산될 것으로 보인다. 반 전 총장 지지층에는 중도 성향 지분도 상당했다. 몇몇 선택지가 있지만 현재로선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종착지가 될 공산이 있다. 문재인보다 반기문을 택한 층에서는 같은 충청 출신의 안희정 충남도지사도 고려할 만한 대안이다.

김준석 교수는 “중장기적으로 보면 반기문 지지층의 선택은 안 전 대표가 상당한 수혜를 입고, 안 지사에게도 플러스가 될 것”이라고 봤다. 여기서 포인트는 ‘대선주자 개인에 대한 지지’만이 아니라는 것. 김 교수는 “문재인 대항마로서 당선가능성이 높아보이는 후보에게 전략적으로 표를 몰아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문 전 대표와의 가상 양자대결에서 안 전 대표가 비교우위를 지닌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윤태곤 실장은 “아직 문재인을 이기는 후보는 없고 ‘가장 덜 지는 상대’가 안철수”라면서 “안 전 대표에게 유리한 구도와 요소다. 물론 (안 전 대표) 본인의 역량이 가장 중요하다. 안 지사의 경우 당내 경선부터 넘고 와야 한다”고 했다.

◆ 대세론 옅어지면 '본선경쟁력' 관건

문재인 대세론은 기로에 섰다. 두 가지 경우의 수가 있다. 첫 번째, 유력 맞수가 사라짐과 동시에 굳히기에 들어간다. 문 전 대표 측이 바라는 시나리오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두 번째 수, 즉 불확실한 변수 개입 내지 대세론 제동 쪽에 무게를 뒀다.

양강 구도 문재인과 반기문의 관계는 ‘적대적 공생’ 측면도 있었다. 반기문의 존재감을 의식해 ‘확실히 이기려고’ 문재인으로 결집했는데, 이러한 동기가 사라진 것이다. 정한울 교수는 “야권 내부경쟁이 촉진될 것이다. 안 지사의 상승세가 뚜렷하다”며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한 후보가 안철수와 맞붙는 그림이 그려진다”고 덧붙였다.

윤태곤 실장은 “사실 문 전 대표에게 최상의 구도는 ‘약한 2위’가 보합세를 유지하며 완주하는 것이었다”고 귀띔했다. 그는 “반 전 총장이 3·4위 주자의 상승세를 막는 둑 역할도 했는데 무너졌다. 다양한 가능성이 분출될 여지가 생겼다”면서 “안 전 대표나 안 지사가 올라오는 형국이 문 전 대표에게 안 좋은 구도”라고 풀이했다.

대세론의 기반이 그리 탄탄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준석 교수는 “2012년 대선 당시 대세론의 주인공 박근혜 대통령은 안정적 지지율 40%대의 여당 후보였다. 현재 문 전 대표는 40%가 안 되는 야당 후보”라며 “문재인의 확장성이 크지 않다는 뜻이다. 초점을 본선 경쟁력에 맞추면 대세론이 약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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