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높은 로보어드바이저, 규제장벽에 고객 확보 어렵다

입력 2017-02-02 18:49   수정 2017-02-03 05:31

카카오증권, 정부의 비대면 가입 불허로 하루 고객 20명

"투자자 보호가 우선" vs "핀테크 성장 동력 잃을 수도"



[ 이지훈 / 김우섭 기자 ] 카카오증권이 지난해 10월 야심 차게 내놓은 모바일 주식투자일임 서비스(MAP)가 10%가 넘는 수익률 속에서도 하루 평균 가입자 수를 20명 남짓 늘리는 데 그치고 있다. 투자일임계약에 대한 비대면 가입이 허용되지 않아 카카오증권을 비롯한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들이 고객 늘리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핀테크(금융+기술)산업이 규제절벽에 막혀 성장 동력을 잃고 있다는 지적과 투자자 보호가 우선이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증권을 운영하는 핀테크 업체 두나무가 내놓은 서민형 자산관리 서비스 MAP이 출시 후 약 100일 동안 1500여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는 데 그치고 있다. 투자일임계약을 맺을 때 반드시 직접 투자자를 만나 투자 권유를 하도록 규정한 자본시장법의 영향이 크다는 평가다. 핀테크 업체 특성상 투자권유 인력이 6명에 불과해 하루 최대 20명 이상의 고객을 직접 만나기 어려워서다. 핀테크업계에서 비대면 규제가 있는 한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는 절름발이에 불과하다고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카카오증권 MAP은 서민을 위한 자산관리 서비스로 시장의 관심을 모았다. 500만원(ETF는 50만원)만 있으면 전문 투자자문사에 자산운용을 맡길 수 있어서다.

MAP은 두나무의 100% 자회사인 두나무투자일임에서 한가람투자자문 삼성자산운용 KPI투자자문 등 11개 투자자문사 전략을 복사해 투자하는 방식으로 고객 수익을 낸다. 투자자가 투자금을 입금한 뒤 자문사의 투자 전략을 선택하면 해당 자문사의 포트폴리오대로 투자해주는 식이다. MAP의 1인당 평균 투자금액은 949만원이며 500만원 이하 투자 비중이 전체의 47%를 차지한다.

MAP에 참여한 투자자문사의 수익률은 대부분 10%를 웃돈다. 앤드비욘드투자자문의 ‘능력종목들’ 전략 상품은 14.38%, ‘마이리틀펀드’ 전략은 12.08%의 수익률을 거두고 있다. HN투자자문(16.3%), 이룸투자자문(14.89%) 등도 수익률이 높은 편이다.

이 같은 고수익 속에서도 가입자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은 카카오증권만이 아니다. 쿼터백 에임 디셈버앤컴퍼니 등 다른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들의 가입 실적도 초라하다. 수탁액이 가장 많은 키움쿼터백글로벌로보어드바이저가 339억원에 불과하다.

핀테크업계는 지난해부터 비대면 투자일임 계약을 허용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지만 금융위원회는 요지부동이다. 투자 성향 파악 등 ‘불완전판매’의 소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융위 관계자는 “비대면 투자일임 계약 허용은 자산관리 문턱을 낮춘다는 점에선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며 “하지만 투자자 보호가 무엇보다 우선인 만큼 대안이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훈/김우섭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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