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인간은 쉽게 패배하는 존재가 아니야 !
평생 두 번 이상 읽어야 할 책
매년 엄청난 책이 쏟아져 나온다. 이미 나온 책은 또 얼마나 많은가. 책의 홍수 속에서 그저 떠밀려가기보다 나에게 도움 되는 책을 선별해야 한다. 이리저리 피해가려고 해도 여기저기서 툭툭 얼굴을 내미는 ‘인생 숙제’ 같은 책이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노인과 바다>이다. 이 책은 청소년 시절에 한 번 읽고 나이가 좀 들어서 또다시 읽어야 할 책이다. ‘청소년 시절에는 하품이 좀 나왔지만 철들어서 읽을 때는 인생의 묘수를 깨달았다’는 이들이 많다. 지금 한 번, 먼 후일 한 번, 두 번 읽을 것을 권한다.
헤밍웨이는 전쟁을 소재로 한 <무기여 잘 있거라><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비롯한 수많은 명작을 쓴 미국 작가이다. 제1차 세계대전, 스페인 내전, 터키 내전, 제2차 세계대전에 참여한 헤밍웨이의 작품 특징은 강렬한 현장성에 있다. <노인과 바다> 역시 20년 간 생활했던 쿠바와 낚시를 즐겼던 멕시코 만류를 배경으로 탄생했다.
<노인과 바다>는 헤밍웨이가 53세였던 1952년에 발표하여 엄청난 호평을 얻었고 1953년에 퓰리처상, 1954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헤밍웨이가 생애 마지막으로 발표한 이 작품이 왜 갈채를 받고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감동을 심은 걸까. 독자들이 바다 한 가운데서 주인공과 함께 사투를 벌이는 듯한 생생함과 함께 큰 깨달음을 주기 때문이다.
스토리는 간단하고 내용도 길지 않다. 산티아고라는 노인은 84일째 물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40일까지 함께 했던 마놀린이라는 소년은 부모의 강요로 다른 배에 가버렸다. 산티아고를 잊지 못하는 마놀린이 찾아와서 커피를 대접하며 용기를 준다. 언젠가 다시 노인에게 돌아와 바다의 지혜를 배우고 싶은 소년의 깊은 마음도 독자를 푸근하게 만드는 요소이다.
다시 힘을 내서 혼자 먼 바다로 나간 노인은 소년이 마련해준 청어 미끼로 엄청나게 큰 물고기를 잡는다. 그 물고기의 움직임에 따라 배가 뒤집힐 수도, 낚싯줄을 잡고 있는 노인이 바다에 빠질 수도 있다. 노인은 그간 바다에서 익힌 지식을 총동원하여 바람의 방향, 바다의 깊이, 물고기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다가 작살로 물고기를 포획한다. 큰 물고기를 배에 묶어 항구로 돌아오는 도중 여러 차례 상어의 습격을 받는다. 그때마다 노인은 사력을 다해 상어를 물리치지만 항구에 도착했을 때 큰물고기는 뼈만 앙상한 모습이다.
배를 항구에 대고 자신의 판잣집으로 돌아가 깊은 잠에 빠진 산티아고 옆에 뜨거운 커피를 들고 온 마놀린이 앉아 있다. 85일 만에 비록 뼈만 남았지만 어마어마한 물고기와 함께 귀환한 노인을 소년은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세상을 이길 힘’을 생각하며 읽으라
소설의 대부분은 노인 혼자 갑판 위에서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과 마주하는 내용이다. 망망대해에서 다치고 지친 몸 하나 간수하기도 힘든데 물고기와 사투를 벌이며 죽음과 마주한다면 누구든 외로움과 두려움을 느낄 것이다. 나라면 과연 이겨낼 수 있을까? 노인은 어떻게 이겨냈을까? 이 두 가지 숙제를 풀며 책을 읽으면 엄청난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노인의 가장 큰 힘은 바다를 잘 안다는 데 있다. 바람 소리, 파도 높이만으로도 바다를 읽을 수 있다. 바다를 즐기며 외로움을 이기고 바다를 분석해 두려움을 극복한다. 노인의 삶을 따라가면서 내 삶에서 무엇을 마련해야 긴 인생길을 헤쳐 나갈 수 있을지, 생각해보면 좋을 것이다.
<노인과 바다>에는 삶의 지혜를 담은 문장이 갈피갈피 숨어있다. 84일 동안 물고기를 못 잡은 노인은 각오를 단단히 하고 바다로 나가며 ‘나는 신중을 기하겠어. 운은 준비된 자에게 찾아오는 법이니까’라고 읊조린다. 상어가 계속 따라올 때 노인은 ‘인간은 패배하는 존재로 만들어진 게 아니야. 인간은 파괴될 수 있어도 패하지는 않지’라며 자신을 북돋운다. 바다에 대한 해박함과 어떤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는 정신을 소유한 노인은 바다를 ‘우리의 친구도 있고 적도 있는 곳’이라고 말한다. ‘친구도 있고 적도 있는 세상’을 살아갈 지혜, 그걸 생각하면서 읽으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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