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신입 채용 때 두 달씩 '인턴 실습' 한다는데…
5개월간 채용 시험 치러
몇 명 뽑힐지도 모르는데 공채준비도 못하고 '속앓이'
신입 1년 내 퇴사율 27%
인턴 거치며 현장 경험…입사후 퇴사율 낮아져
[ 구은서 기자 ] “주말도 없이 ‘올인’하고 있어요. 근데 이러다가 떨어지면 어쩌죠?”
취업준비생 A씨(26)는 한 유통기업의 채용 시험을 다섯 달째 치르고 있다. 지난해 10월 서류(1차)와 인·적성 검사(2차), 11월 면접(3차)을 차례로 통과했을 때만 해도 주변의 부러움을 샀다. 하지만 시작일 뿐이었다. 그는 지난해 말부터 인턴 실습(4차)을 받고 있다. 이달 중순까지 두 달간 인턴 실습을 마친 뒤에는 합숙 면접(5차) 관문도 넘어야 한다. A씨는 “인턴 40여명이 경쟁 중인데 최종 몇 명이나 채용될지도 알지 못한다”며 “방학 내내 인턴 하느라 상반기 공채를 전혀 준비하지 못해 더 불안하다”고 말했다.
◆기업들 “인성 검증 차원”
청년 취업난이 가중되는 가운데 기업들의 신입사원 채용 절차가 길어지고 있다. 채용 절차에 서류나 인·적성 검사, 면접뿐 아니라 인턴 실습을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신입공채에서 9주 동안 인턴 실습을 거친 곳도 있었다.
지원자의 실무능력과 함께 인성도 검증할 수 있다는 게 기업들의 설명이다. 입사 후 단기간에 퇴사하는 신입사원이 많다는 것도 큰 이유다. 지난해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306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2016년 신입사원 채용실태 조사’에 따르면 대졸 신입사원의 1년 내 퇴사율은 27.7%에 달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유통업은 휴일 근무가 많은데 인턴 실습으로 현장에서 버티지 못하는 지원자를 걸러낼 수 있다”며 “퇴사율이 높은 중견기업이나 유통업체 등이 인턴 실습 과정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취준생 “기회비용 너무 크다”
취준생들은 속만 끓이고 있다. 인턴 실습 기간이 너무 길다고 이의를 제기할 형편도 아니다. 취준생 B씨(28)는 “경력을 쌓는 목적도 아닌데 한 기업의 채용 절차에 너무 오래 묶여 있다 보면 기회비용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현실적으로 인턴 실습 여부를 보고 지원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고 토로했다.
취준생들은 최종 합격인원을 알 수 없는 게 가장 큰 불확실성이라고 말한다. 대부분의 기업은 지원자들에게 몇 명이나 뽑을지 고지하지 않는다. 현행법에는 기업이 인턴실습자에게 채용 비율을 미리 알릴 의무가 없어서다.
지난해 상반기 한 대기업 채용에서 7주간 인턴으로 일한 뒤 최종면접에서 떨어진 C씨(28)는 “채용 절차가 끝난 뒤 인턴을 거친 지원자 중 40% 정도가 합격했다더라는 소문만 돌았다”고 말했다. 소셜커머스 위메프는 2014년 지역 영업직 사원 채용에서 실습 참여자 전원을 불합격시켜 논란이 되기도 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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