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도희 기자 ] 오전 11시, 롯데주류 유흥판촉팀 2년차 사원 김유리 씨(26·사진)의 하루가 시작된다. 서울 잠원동과 서래마을 상권을 총괄하는 김씨는 사무실로 출근해 전날 거래 현황을 꼼꼼히 파악하는 일부터 시작한다. 개별 상권에 배포할 판촉물을 디자인하는 것도 그의 몫. 오후 3시가 되면 현장으로 나가 업소 영업이 활발해지는 오후 6시 전까지 포스터를 붙이거나 입간판을 세운다.
담당 거래처 수는 약 210개. 이 중 15~20개 업소를 매일 들른다. 다른 회사 제품 포스터 위에 자사 출력물을 덧붙이는 경쟁도 하지만 서로 겹치지 않는 제품군에서는 친한 업주에게 상대방 제품을 적극 추천하기도 한다. 대부분은 업체별로 사이좋게 구역을 나눠 포스터를 붙인다. 특별한 날, 예컨대 ‘사장님이 뜨는’ 비상 상황에는 서로의 구역을 내주기도 한다.
예쁜 옷차림의 사회인 친구들이 부러울 때도 있다. 입사 전 머릿속에 그린 커리어우먼의 모습과 달리, 구두를 신다 발뒤꿈치에 온통 까만 상처 딱지가 내려앉을 만큼 고통을 맛본 뒤 매일 편한 옷과 신발을 고집해야 하는 현실이 속상하기도 하다.
하지만 보람이 더 크다. 특히 업계 특성상 여성 직원이 많이 없다 보니 업주들이 쉽게 기억하고 친절하게 대해준다. ‘이모’ 업주와의 공감대 형성은 덤. “정말 무서웠던 업주 언니가 있어요. 하지만 굴하지 않고 매주 찾아가서 사소한 이야기까지 건네다 보니 지금은 거의 ‘절친’이 됐어요. 직업과 함께 사람까지 얻었습니다.”
이도희 캠퍼스 잡앤조이 기자 tuxi0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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