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부대'에 의욕 잃는 금융협회 직원들

입력 2017-02-05 10:12   수정 2017-02-05 10:12




(김은정 금융부 기자) 흔히 꿈은 크고 원대할 수록 좋다고 합니다. 시련을 겪더라도 이겨내고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되거든요. 금융회사에 갓 들어간 신입 직원들은 아마 최고경영자(CEO)를 꿈꿀 것입니다. 은행원이라면 지점장, 부행장을 거쳐 은행장을 꿈꾸듯이 말입니다.

그런데 이런 꿈마저 쉽게 꿀 수 없는 직원들이 있습니다. 바로 금융협회 직원들입니다. 전국은행연합회, 금융투자협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여신금융협회 등이죠. 금융협회들은 각 업권에 속해 있는 금융회사를 회원사로 두고 있습니다. 각 업권의 조사 연구를 수행하고 금융당국과 업무 협조 등을 위해 설립된 법인이죠. 각 업권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이슈에 대해 여론을 형성하기도 하고, 관련 법안들을 국회에서 통과시키기 위해 보이지 않게 적극 나서기도 합니다.

금융협회는 여느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금융회사 업무 경력이 있는 직원을 경력 직원으로 채용하기도 하고, 신입 직원들을 채용하기도 합니다. 정보통신(IT)이나 법무직 등 전문성이 강조되는 일부 직군을 제외하면 신입 직원 출신이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요.

하지만 이런 금융협회 직원들은 일정 수준 이상의 승진을 애당초 꿈도 꾸지 못하고 있습니다. 임원부터 CEO까지 사실상 대부분의 임원 자리를 외부 출신이 꿰차고 있어서랍니다.

각 금융협회 CEO는 한때 퇴직한 고위 공무원이나 금융당국 출신 인사의 전유물이었습니다. 관피아(관료+마피아) 문제가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되면서 이제는 민간 금융회사 출신들이 잇따라 자리잡고 있지만 여전히 내부 승진한 금융협회 CEO는 거의 없는 상황입니다. CEO뿐 아니라 전무 이상 임원들 중에서도 내부 출신은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협회 전무는 한국은행 출신 자리’ ‘◇◇협회 상임감사는 금융당국 몫’처럼 어느새 관행적으로 각 협회 임원 자리가 배분돼 있을 정도랍니다. 은행연합회는 이르면 이달 말께 신임 감사에 한국은행 부총재보 출신 인사를 선임할 예정입니다. 은행연합회는 지난해 10월에는 금융위원회 출신 인사를 신임 전무로 선임했습니다.

손해보험협회에는 지난해 금융감독원 출신 인사가 전무로 왔고, 생명보험협회와 금융투자협회에도 각각 금융위원회, 청와대 출신 인사가 새로 왔습니다. 물론 금융협회라는 조직 특성상 내부 출신 보다 고위 공무원이나 금융당국 출신 임원들이 업무 처리에 유리할 수는 있습니다.

각 업권에 유리하도록 정부와 금융당국 등에 민간 금융회사의 의견을 전달하는 게 금융협회의 역할이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사 때부터 승진의 벽을 느낄 수밖에 없는 조직원들의 의욕은 쉽게 불붙기 어렵겠죠. 조직의 효율성과 조직의 활력. 혹은 업무 성과와 조직원의 의욕. 양쪽을 모두 충족시키는 건 아무래도 어려운 일인 듯 합니다. (끝)/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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