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이마트 계란 한 판은 대란 기준으로 7480원. 한 알당 249.3원이다. 9000원에 육박했던 때보단 낫지만, 여전히 믿을 수 없는 가격이다.
자주 가는 편의점에서는 4구 특란이 무려 2000원. 달궈진 팬 위에 세 개, 네 개씩 터트렸던 계란을 이제는 한 개만 조심스레 올린다. 삶이 조금 초라해진다.
손님이 오면 밥 위에 계란 프라이를 올려주는 걸로 '대접'하던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계란 프라이가 담긴 도시락이 부러움을 사던 때도 있었고. 다 옛날 얘기인 줄로만 알았다. 계란 파동 전까지는.
어느 날 소셜커머스 업체에서 15구 계란이 1980원이라는 충격적인 알림이 왔다. 미끼상품이겠지. 계란을 택배로 받아도 괜찮을까. 일단 사봐야 알겠지. 오늘도 난 지갑을 연다.
◆티몬마트. 주문부터 배송까지
티몬은 최근 슈퍼마트라는 신선식품 배달 코너를 열고 파격적인 가격에 상품을 내놨다. 그 중 하나가 바로 1980원짜리 계란이다.
가뜩이나 계란이 귀한 마당에 파격가 상품인만큼 구매는 1인 1개로 제한한다. 물론 다음 날 같은 상품을 다시 구매할 수 있다.
무료배송은 2만원부터. 1980원짜리 계란을 사자고 배송비 3000원을 낼 수는 없으니 결국 2만원을 채우게 된다. "아, 낚였다"고 생각해도 어쩔 수 없다.
주문할 때 배송일자와 시간을 지정할 수 있다. 슈퍼마트 제품만을 단독 배송하기에 가능한 서비스다. 지정배송은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에서만 시행 중이다. 지역은 점점 늘려갈 예정이라고.
집으로 택배가 오는 게 불편하면 집 근처 편의점에 맡기는 픽업 서비스도 가능하다. 현재는 CU 편의점에서만 픽업을 신청할 수 있다. 배송 시간도 아직 정확하지 않다.
오후 6~9시 배달을 신청했지만 5시44분에 도착, 결국 물품을 직접 받는 데는 실패했다. 서비스 초기라는 점에서 시행착오의 과정으로 생각해야 하나.
◆15구 1980원? 믿고 먹어도 되겠니
드디어 내 손 안에 들어온 계란. 걱정했던 것과 달리 배송 상태는 일단 합격이다. 대형 에어캡이 계란 케이스를 빈틈없이 감싸고 있다.
에어캡을 뜯고 나면 '친환경 대란 15구 780g 1980원’이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15구 780g이면 개당 52g의 ‘대란(大卵)’으로 특란(60~68g)이나 왕란(68~)보다는 작은 사이즈다. 최근 언론에서 말하는 한 판에 8000~9000원 계란도 대란 기준이다.
포장일자는 1월22일, 유통기한은 2월 15일까지다. 비슷한 시기 구입한 편의점 계란의 경우 등급판정일(포장일자) 1월24일, 유통기한은 2월22일까지다. 티몬 계란 유통기한이 더 짧다.
신선식품이라는 걸 감안하면 유통기한에 있어서는 티몬이 더 엄격한 셈이다. 친환경, 무항생제, 해썹(HACCP) 등 신선식품에 붙어야 할 것들도 다 붙어 있다.
티몬 슈퍼마트 계란 생산업체는 구구축산이다. 티몬 측은 구구축산과 계약을 맺어 슈퍼마트에 계란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품질을 낮춰 단가를 맞춘 것이 아니라 슈퍼마트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를 알리기 위해 마케팅비를 투입, 1980원이라는 가격을 만들어 냈다는 설명이다.
실제 내용물을 보면 편의점의 개당 500원짜리 특란과 큰 차이가 없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등급 차이에 따른 크기 차이가 있었지만 흰자의 신선도는 비슷하거나 오히려 낫다.
독거남의 영원한 친구 즉석밥 위에 계란 프라이를 올려봤다. 비교를 위해 특란도 함께 프라이 했다. 먹는 도중 두 계란을 구분할 수 없었다. 가격을 생각하면 더없이 훌륭하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옛 말은 틀렸다. 싸도 찰떡일 수 있다. 오로지 계란만을 사기 위해 슈퍼마트를 이용하지는 않겠지만, 할인의 틈바구니에서 2만원을 채울 수 있다면, 이 선택은 '찰떡같은' 선택이 될 것이다.
김아름 한경닷컴 기자 armij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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