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만이 아니다. 현대·기아차는 향후 5년간 미국에 31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지난달 발표한 바 있다. LG전자 또한 올 상반기에 미국 내 생산공장 건설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다국적 기업의 글로벌 공급망(서플라이체인)을 미국 중심으로 돌려놓겠다는 방침이 확고해 국내 대기업의 미국 내 투자 확대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지만 이들 기업의 미국 투자 확대는 어떤 형태로든 국내 투자와 생산, 일자리 등에는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한국에서는 대선주자를 포함해 그 어떤 정치인도 이에 대해 일언반구 언급이 없다. 입만 열면 대기업더러 투자를 해라, 일자리를 만들라 떠들던 이들이 왜 꿀먹은 벙어리가 된 건지 알 수가 없다.
오히려 국내 정치인들이 재벌개혁을 경쟁적으로 들고 나오는 걸 보면 남아있는 기업조차 붙잡기는커녕 아예 해외로 나가라고 등을 떠미는 형국이다. 기업을 온갖 규제로 옥죄는 상법개정안, 공정거래법개정안 등도 마찬가지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에 따라 공화당은 법인세율을 현행 35%에서 20%로 낮추고 수출로 발생한 매출은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의 방안을 내놓고, 제너럴일렉트릭(GE) 보잉 등 ‘주식회사 미국’을 대표하는 대기업은 이를 지지하는 ‘아메리칸 메이드 기업연합’을 결성했다.
대기업을 무슨 마녀사냥이라도 하듯 몰아내겠다는 국내 정치권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어쩌면 재벌개혁이 필요 없을지도 모르겠다. 미국 등 밖에서는 국내 대기업을 끌고 가지 못해 저토록 안달이니 이대로 가면 국내에서 대기업은 절로 사라지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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