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지급결제 업무 허용해야 한다. 해결 안되면 소송·공정위 제소 검토하겠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사진)이 국내 금융투자산업을 둘러싼 규제 환경에 대해 이같이 작심한 듯 비판했다. 업권 간 혹은 국가 간 차별화된 규제로 인해 '한국형 골드만삭스' 가 탄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황 회장은 6일 금투협 회장 취임 2주년을 맞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중점 추진사항은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기'"라며 "금융투자업계가 제대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부당 규제에 놓여있는 부분을 뜯어고칠 것"이라고 말했다.
황 회장은 먼저 업권 간 차별화 된 규제에 대해 언급했다. 국내 은행, 보험 산업 등과 비교해 불합리한 대접을 받고 있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그는 증권사의 발목을 잡는 대표적 규제로 법인결제업무 불허, 외국환업무 취급 확대 문제를 꼽았다.
황 회장은 "지급결제망은 금융산업 전체의 인프라스트럭처이자 사용자 편익을 위한 서비스"라며 "특정 업권이 독점해서 다른 업권의 진입을 막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날을 세웠다.
국내 25개 증권사들은 지난 2009년 법인지급결제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금융결제원에 지급결제망 이용비 3375억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은행권의 반발로 개인에 대해서만 지급결제(송금 이체 등)가 허용된 상황이다.
황 회장은 "증권사들이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법인지급결제가 허용되지 않은 건 비극"이라며 "정부의 해법을 기다릴 지, 소송에 나설 지,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할 지 등 여러 대안을 놓고 고심중"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외국환업무의 취급 확대 문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증권사는 투자 목적 이외에 외화 환전 및 이체 등의 업무는 못하도록 규정돼 있다.
황 회장은 "은행권이 외환 업무는 '은행 고유의 영역'이라 외치며 규제 해소를 막고 있다"며 "외환의 송금 업무를 핀테크 회사 및 카드사 들이 진행하는 시대에 맞지 않는 언행"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내 투자업계 스스로 야성, 상상력 등을 갖춰 능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부와 금융당국도 뒷받쳐줘야 한다"며 "외국 금융사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국가 간 차별화된 규제도 뜯어고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황 회장은 올해 펀드 및 부동산 신탁시장을 주목하고, K-OTC 시장의 규제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펀드의 경우 올해는 '부동산 펀드의 해'가 될 것이며, 세제 개선 등을 통해 해외펀드 투자를 활성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동산 신탁에 대해선 "부동산 신탁회사가 시행사 역할을 하는 새로운 영역이 열릴 것"이라며 "이들 회사가 단순 담보신탁 외에 종합부동산금융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장외 주식시장인 K-OTC 시장에 대해선 양도소득세를 없애도록 당국에 건의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K-OTC에서 주식을 거래하면 증권거래세(0.5%, 올해 4월부터 0.3%) 외에도 양도소득세(대기업 20%, 중소기업 10%)가 모두 부과되고 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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