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식의 정치가 뭐길래] 문재인-안희정, 친노 적자(嫡子)들의 불꽃경쟁

입력 2017-02-06 16:47   수정 2017-02-06 17:08

‘노무현 친구’ 문재인과 ‘노무현 동업자’ 안희정
같은 ‘친노’지만 다른 길 걸어

2002년 대선 때 문재인은 부산팀, 안희정은 금강팀에서 활동…태생 달라
금강팀은 선거 베이스 캠프 역할, 부산팀은 선거 막판 참여
대선 승리 뒤 부산팀이 청와대 요직 차지…금강팀은 시련 겪어

안희정은 옥살이…노무현 정부 5년 내내 아무런 직책 못맡아
금강팀 “선거에 별 기여 안한 부산팀, 숟가락만 들고 올라와 요직 차”

안희정, 문재인의 사드·재벌개혁·군복무 단축 등에 대해 거센 비판
서로 “우리가 ‘밴드왜건’타고 있다”…당 경선, 결선투표제 등이 변수



대선 경쟁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는 같은 친노(친노무현)다. 문 전 대표가 ‘노무현의 친구’라면 안 지사는 ‘노무현의 동업자’라고 표현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문 전 대표에 대해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이 아니라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이라고 할 정도였다. 안 지사는 ‘좌희정(안희정), 우광재(이광재)’라고 불릴 정도로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이 노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경로와 정치 활동 과정을 보면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친노 핵심으로 분류되지만 두 사람간 별다른 인연은 없었다. 노무현 정부 탄생 전과 후 모두 따로 따로 길을 걸으며 함께 일한 적도 없다.

문 전 대표는 1980년 사법시험에 붙은 뒤 1982년 사법연수원을 차석으로 수료했으나 시위 전력 때문에 판사로 임용되지 못했다. 곧바로 부산으로 내려가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다. 사시 동기인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 소개로 노 전 대통령을 만났다. 두 사람은 ‘변호사 노무현 문재인 합동법률사무소’를 차렸고, 부산의 대표적인 재야 인권변호사가 됐다.

노 전 대통령이 1988년 정계에 입문한 것과 달리 문 전 대표는 부산에서 인권변호사 활동을 지속했다. 노 전 대통령이 부산에서 변호사 활동과 지역구 국회의원을 지내는 동안 인연을 맺은 측근들을 부산팀이라 불렸다. 문 전 대표와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윤재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 송인배 전 청와대 사회조정2비서관 등을 꼽을 수 있다.

안 지사는 이광재 전 강원지사의 소개로 1994년 노 전 대통령이 운영하던 지방자치실무연구소 사무국장을 맡았다. 1988년 노 전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비서관을 맡아 정치권에 입문했던 이 전 지사는 당시 지방자치실무연구소와 자치경영연구원 기획실장을 겸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2002년 노 전 대통령 대선 캠프 ‘금강팀’의 핵심으로 활동했다.

금강팀은 노 전 대통령의 지방자치실무연구소·자치경영연구원의 별칭이다. 지방자치실무연구소·자치경영연구원이 여의도 금강빌딩에 있었기 때문에 금강팀으로 불렸다. 노 전 대통령의 대권 도전 베이스 캠프였다. 안 지사, 이 전 지사와 김병준 국민대 교수,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염동연 전 열린우리당 사무총장, 백원우 전 민주당 의원, 서갑원 전 민주당 의원 등이 상주하며 대선전략을 짰다. 당시 정치권에선 김원기 전 국회의장과 이해찬·원혜영·천정배 의원,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 등이 금강팀에서 노 전 대통령을 도왔다.

부산팀이 2002년 대선 막판 선거에 참여해 부산 지역에서만 활동한 반면 금강팀은 전국 선거를 지휘하는 사령탑 역할을 했다. 부산팀이 선거에 참여한 것은 당내 경선에서 노 전 대통령이 후보가 된 다음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문 전 대표에게 선거운동 지원을 부탁했다. 당시 문 전 대표는 정치에 참여하지 않겠다며 사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의 간곡한 부탁에 대선 두달 전 부산선대위 본부장직을 맡아 선거 지원에 뛰어들었다.

대선 승리를 주도했지만 금강팀의 안 지사는 노무현 정부 5년 내내 아무런 직책을 맡지 못했다. 안 지사와 금강팀은 노무현 정부 초반 대부분 청와대에 입성하지 못했으며 오히려 고초를 겪었다. 안 지사와 염 전 총장 등이 나라종금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염 전 총장은 무죄판결을 받았으나 안 지사는 1년 옥살이를 했다.

반면 문 전 대표를 비롯한 부산팀은 청와대 요직을 차지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청와대 참모를 지냈던 전직 의원은 “노무현 정부 초반 두부모 자르듯 부산팀, 금강팀이라고 분류해 서로 갈등을 벌이지는 않았다”며 “다만 정권 창출 1등 공신이었던 안 지사 입장에서 보면 서운했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강팀에 몸 담았던 한 야권 인사는 “2002년 대선 승리 뒤 노 전 대통령이 ‘문재인이 올라온다. 중요한 직책을 줘야할 것 같다’고 하더라.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문 전 대표를 비롯한 부산팀들이 선거에 큰 기여도 안했으면서 숟가락만 들고 올라와 요직을 차지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안 지사는 2007년 ‘친노 폐족’을 선언한 뒤 2008년 7월 민주당 최고위원으로 선출됐으며, 2010년 충남지사에 당선됐다.

안 지사는 지난해 10월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한솥밥을 먹던 문 전 대표와 대선 경쟁해야 하는데 이길 자신이 있나”라는 질문에 “한솥밥은 민주당 모든 동지들과 먹었다. 대한민국 모든 정치인들이 한솥밥 동지들이다. 대한민국 미래를 놓고, 다음번에 대한민국을 이끌고자 하는 지도자라면 정책과 비전을 놓고 국민 앞에 경쟁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문 전 대표와 안 지사는 태생과 색깔이 달라 일치감치 서로 다른 목소리를 냈다.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문제를 놓고 문 전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확인 시 정계 은퇴’라는 카드를 꺼내들고 국가기록원에 보관돼 있는 대화록 원본 공개를 제안했다. 반면 안 지사는 “국민은 대통령기록물의 공개와 전임 대통령을 현재의 정쟁(政爭)에 끌어들여 공격하는 일에 대해 옳지 않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반대했다.

2012년 대선 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면서 문 전 대표는 재협상을 요구했으나 안 지사는 “노무현 정부의 협상은 잘됐지만 이명박 정부의 재협상으로 나빠졌으니 비준에 반대한다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대선을 앞둔 현재 친노계는 문 전 대표 측과 안 지사 측으로 갈려져 있다. 문 전 대표와 안 지사는 정면승부를 펼치며 사사건건 부딪히고 있다. 안 지사는 문 전 대표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연기, 군 복무 단축, 재벌개혁 방안 등에 대해 비판해 주목을 받았다.

안 지사는 기자간담회에서 “투쟁으로 풀리지 않는 현실을 목격했다”며 “평범한 우리 이웃의 얼굴을 한 정치와 신뢰할 수 있는 정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또 “새 정치는 낡은 이념 논리가 아닌 현실 문제를 풀고 국익을 위해 경쟁하자는 것”이라며 “전통적 지지기반으로부터 버림받을지도 모르는 두려움의 길이지만, 뚜벅뚜벅 가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문 전 지사 등이 내세우는 ‘재벌 개혁’과 관련, “정부 주도형 시장개입, 개혁 주체와 대상을 이분법적으로 나눈 개혁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안 지사는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시장이 활기차게 돌아가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게 민주주의고, 그 제도 속에서 많은 기업가가 도전과 창의를 통해 시장경제를 이끌 것으로 생각한다”며 “기업가들과 새로운 시대를 동업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 전 대표도 안 지사의 지지일 치고 올라오자 적극 반박에 나선 양상이다. 양측은 안 지사가 제의한 대연정으로 놓고 충돌하고 있다. 안 지사가 지난 2일 “노 전 대통령 때 이루지 못한 대연정을 실현해 미완의 역사를 완성하겠다”고 하자 문 전 대표는 다음날 “새누리당이나 바른정당과의 연정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날을 세웠다. 문 전 대표 측 일각에선 안 지사의 대연정을 ‘정치공학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안 지사는 6일 “(연정은) 10여년 전 노 전 대통령이 시도한 새로운 정치의 도전이고, 저는 그 새로운 정치의 도전을 지금 하는 것”이라며 “어떠한 선거공학적 접근도 고려된 게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연정을) 하지 않고서는 민주주의와 의회 정치가 작동하지 않는다”며 “저의 분명한 소신을 밝힌 이야기”라고 했다.

민주당 경선에서 맞붙어야 하는 양측은 서로 자신들이 ‘밴드왜건 효과(우세한 후보 쪽으로 유권자의 표가 몰리는 현상)를 타고 있다고 주장한다. 문 전 대표는 최근 지지율 30%대를 나타내고 있고, 안 지사는 연초까지만 하더라도 3~4%대에 머물던 지지율이 10%대 중반까지 치고 올라왔다.
문 전 대표 측은 “대세론에 날개가 단 것”이라고 했고, 안 지사는 “중도-보수층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다.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반응이다.

문 전 대표 스스로 대세론을 자신하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지난 4일 경희대에서 열린 저서 ?대한민국이 묻는다? 북 콘서트에서 “요즘 제일 많이 받는 질문이 뭐냐”는 물음에 “왜 문재인이냐는 말을 가장 많이 듣는다”고 답했다. 이어 “뭐라고 답하느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제가 제일 낫지 않느냐(는 답을 한다)”고도 했다. 또 “저는 사상 처음으로 영남에서도 지지받고 호남에서도 지지받는 후보”라며 “모든 지역에서 지지받는 좋은 대통령이 되고 싶다.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평생 지역 구도를 깨기 위해 온몸을 바쳤지만 꿈을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선 당 경선에서 문 전 대표가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은 맞지만 대세론을 낙관하기엔 이르다는 분석도 있다. 완전국민경선제와 결선투표제 때문이다. 완전국민경선제 도입으로 문 전 대표를 싫어하는 일반 유권자들이 경선에 참여해 이른바 문 전 대표 이외의 다른 사람을 선택(역선택)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결선투표제는 1차 투표에서 50% 이상 지지를 얻는 후보가 없으면 다시 한 번 투표를 실시하는 것이다. 2위 이하 후보가 1위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연대를 하게 되면 예측불허의 승부가 될 수도 있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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