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 낙하·자동차 추격신 등 현빈의 리얼 액션으로 관객 흡인
남북 금기사항 농담으로 접근…유해진의 코믹 연기도 주효
[ 유재혁 기자 ] 액션 코미디 영화 ‘공조’가 흥행 질주하고 있다. 이 영화의 관객 수는 개봉 첫날인 지난달 18일 경쟁작 ‘더 킹’의 절반에 불과했지만 설 연휴 기간 역전에 성공한 뒤 격차를 벌리며 줄곧 선두를 달리고 있다. 개봉 19일째인 지난 5일 600만명을 돌파했다. 김성훈 감독(43)이 데뷔작 ‘마이 리틀 히어로’(2013년) 실패 후 두 번째로 메가폰을 잡은 영화에서 대박을 터뜨렸다. 6일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리얼한 액션과 코미디가 조화를 이뤄 가족 관객을 잡은 게 비결”이라고 말했다.
“관객들이 액션 칭찬을 많이 합니다. 이태원에서 촬영한 추격신을 보고 한 관객은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고 했어요. 첩보영화 ‘본’ 시리즈처럼 빠르고 사실적인 액션을 보여주니까 쾌감을 느끼는 거죠.”
‘공조’는 남한에 스며든 북한 범죄자를 잡기 위해 남한 형사(유해진)와 북한 형사(현빈)가 공조 수사를 벌이는 얘기다. 추격 신에서 현빈은 3~4층 높이에서 직접 뛰어내린다. 이태원 골목길에서는 속도감 있는 자동차 추격 신을 펼친다.
“카메라 기교나 편집만으로 이뤄진 액션 신은 관객을 더 이상 만족시킬 수 없습니다. 그래서 배우의 동작 자체가 눈에 들어오도록 최대한 사실적으로 촬영했어요. 동작의 즐거움을 줄 수 있도록 말이죠. 눈속임 대신 몸동작으로 액션을 직접 표현하니까 관객들이 시원하다고 반응하는 겁니다.”
그는 “현빈이 잘해줬다”고 거듭 칭찬했다. 액션을 몸으로 보여주려면 연습을 훨씬 많이 해야 하는데 그것을 견뎌냈다는 것이다. 액션을 하는 현빈의 표정도 놓치지 않았다고 했다. 액션에서 배우의 표정은 캐릭터의 의지를 보여줘 관객들을 흡인하는 또 다른 요인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빈이 액션으로 긴장감을 끌어올렸다면, 유해진이 코미디로 적당히 이완해줬어요. 감정을 쥐었다 놨다 해야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으니까요. 코미디는 노골적으로 웃기기보다는 상황적인 아이러니로 접근했습니다.”
그는 남북한이 상대방에 지닌 편견을 정면으로 다룬 것도 잘 먹혔다고 지적했다. 친해지면 농담으로 금기사항을 던질 수 있다고 봤다. 가령 현빈이 남한의 국가 부채가 많다고 얘기하면, 유해진은 빚지는 것도 능력이라며 니네는 피죽도 못 먹고 살잖아 식으로 받아쳤다.
그는 특히 유해진의 가족 얘기가 관객층을 20~30대 중심에서 중장년층으로 확장했다고 강조했다.
“남북 소재는 중장년층의 관심이 많습니다. 유해진의 가족 이야기는 손자가 할머니를 모시고 올 수 있도록 했습니다. 남북의 공조 수사는 현실에서는 불가능하겠지만, 판타지를 줄 수는 있어요. 관객들이 영화를 보면서 마치 놀이공원에 온 기분을 느꼈을 겁니다. 즐겁고 유쾌하고 짜릿한 기분으로 힘든 일상을 잠시 잊도록 연출했습니다.”
김 감독은 1995년 한국외국어대 언어학과를 중퇴한 뒤 디자인회사에서 일하다가 2001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파사대나에 있는 ‘아트센터칼리지오브디자인’에서 영화 연출을 공부했다. 2008년 귀국해 충무로에서 작품 개발에 몰두했다.
“데뷔작이 흥행에 참패했을 때 제가 하려는 이야기에 관객들이 귀를 기울여주지 않는다고 느꼈습니다. 제 이야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이야기를 찾게 됐고, 그것이 ‘공조’였어요.”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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