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제품의 약진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한국 시장을 치고 들어오는 속도도 무서울 정도다. 품목도 저가 완구류나 농수산물에서 이미 벗어났다. 올 들어서는 승용차도 진출했다. 중형 SUV 한 모델은 1999만원이라는 가격으로 올해 한국에서 3000대를 팔겠다며 기염이다. 중국산 55인치 TV는 80만원대 가격으로 230만원대인 한국산과 차별되는 중저가 시장을 장악해가고 있다. ‘가성비’를 내세운 그 나름의 시장개척이 놀랍다.
한국이든, 세계 시장이든 중국산이 범람할수록 우리 기업들은 더 긴장되고 고충도 늘어날 것이다. 소비자에겐 좋아도 당사자들에게 경쟁이란 고통에 다름 아니란 사실은 어디서나 같다. 그렇다고 ‘중저가 중국산 비상!’이라는 식의 구호나 단순한 경계감이 대응법이 될 수 있을까.
중국산이 한국 시장 이곳저곳을 점해 들어오는 것도 자연스런 현상으로 봐야 한다. 개방화, 세계화, 자유화에 따라 우리 생활의 더 많은 부분을 ‘메이드 인 차이나’가 차지할 것이다. 우리도 그렇게 성장해 왔다. 국제 가치사슬 체계에서 항구적인 안전장치는 없다. 결국 삼성은 더 고급 시장으로 갈 수밖에 없고, 현대·기아자동차는 도요타·벤츠 시장을 노리며 달려나가는 게 사는 길이다. 무수한 중소·중견기업도 기술력과 생산성에 매진하며 고급 시장을 개척하는 길뿐이다. 물론 뒤처지는 기업도 나올 수 있다. 중국의 추격을 보면서도 사업 구조개편을 소홀히 한 조선산업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밀려드는 중국산에 ‘환영한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막연한 거부감이나 두려움은 필요없다. 우리는 한 단계 더 고급·고가 시장을 개척해가는 게 근본 대응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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