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앞둔 듀폰-다우케미칼, R&D 매각 나선 까닭

입력 2017-02-06 19:02  

EU '반독점법' 위반 가능성 차단
"과도한 규제로 혁신 꺾여" 우려도



[ 김동욱 기자 ] 미국 화학업체인 다우케미칼과 듀폰이 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해 연구개발(R&D)부문을 매각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연합(EU)의 두 회사 간 합병 승인 결정을 앞두고 검토 중인 고육책이다. 자칫 EU의 과도한 독점규제가 기업의 혁신동력을 꺼뜨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5일(현지시간) “1400억달러(약 159조2300억원) 규모의 두 회사 간 합병에 대해 EU가 독점 우려를 제기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대응 차원에서 양사가 R&D부문 매각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합병법인이 R&D부문을 팔면 연간 3억달러가량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지만 매출의 6~8% 정도를 차지하는 농화학 관련 특허 수입도 포기해야 한다.

이와 관련, EU 집행위원회는 7일 양사 합병의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다우케미칼과 듀폰 모두 미국 화학회사지만 유럽사업 비중이 상당하기 때문에 EU의 판단이 중요하다. EU가 합병법인이 반(反)독점 규정을 위반했다고 판단하면 합병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

앞서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집행위 경쟁담당 집행위원은 두 회사의 합병 계획안이 특정 제품의 경쟁을 저해하는지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양사 합병이 독점으로 인한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거나 종자 분야 ‘혁신’을 저해하는지 살펴보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하지만 다우케미칼과 듀폰이 합병을 승인받기 위해 R&D부문 매각까지 적극 검토하고 나선 것을 두고 FT는 “EU의 과도한 규제조치가 기업 혁신의 싹을 자를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U가 독점 규제냐, 혁신 엔진 살리기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는 설명이다.

컨설팅기업 찰스리버어소시에이츠의 라파엘 드코닌스크 컨설턴트는 “EU 집행위가 기업 혁신에 개입하는 문턱을 크게 낮추는 게 아닌지 유심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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