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 1조 클럽' 사상 최다] 2년 만에 영업이익 40% 급증…'불황형 흑자론' 걷어찬 한국기업

입력 2017-02-06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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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증권 상장사 작년 영업이익 140조 돌파

체질 개선에 글로벌 물가상승 훈풍
한국기업 주당순이익 5.1% 늘어
코스피 6년 박스권 탈피 기대 커져



[ 이태호/하헌형 기자 ] 주요 상장사의 지난해 실적을 분석해보면 기존 ‘불황형 흑자론’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한국 기업들이 매출 신장보다 비용을 줄여 이익을 내고 있다는 이 가설은 지난 수년간 경영계와 학계를 범람해온 분석 틀이었다.


하지만 증권업계는 2014년 102조원대에 머물렀던 287개 상장사(유가증권시장)의 영업이익이 2015년 118조원으로, 다시 지난해 140조원대로 늘어난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익규모가 2년 만에 40% 가까이 늘어난 요인을 단순히 비용통제에서 찾는 것은 합리적이지도 않거니와 사실과도 동떨어진 분석이란 설명이다.

◆무엇이 달라졌나

전문가들은 1조원 넘는 실적을 내는 국내 기업이 늘어난 배경을 2016년부터 본격화한 글로벌 ‘리플레이션(reflation: 물가하락 국면에서의 탈피)’ 물결에서 찾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년간 기초체력을 강화해온 기업들이 국제 유가와 물가 회복에 힘입어 매출과 이익 증대 효과를 만끽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금융정보업체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은 올 들어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기업의 2017년 실적 전망을 속속 상향 조정하고 있다. 예상을 웃도는 작년 4분기 실적 발표가 잇따르자 그동안 미국에서만 나타나던 경기 회복세가 유럽과 신흥국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수출 대기업 중심인 한국 기업들의 2017년 주당순이익(EPS) 추정치는 이날 기준 작년 말보다 5.1% 늘었다. 중국(2.1%)이나 일본(2.0%)을 크게 뛰어넘는 조정폭이다.

국내 수출 기업의 꾸준한 실적 개선 추세는 지표로도 확인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수출은 작년 1월 바닥을 찍은 뒤 뚜렷한 증가 추세다. 올 1월 수출은 403억달러(통관 기준 잠정치)로 1년 전보다 11.2% 증가했다. 반도체, 석유화학제품, 디스플레이, 철강재 등 주요 수출품목의 단가가 상승했고 물량도 2개월 만에 증가했다.

한 자산운용회사 대표는 “완만한 글로벌 물가 상승이 꾸준한 수출 기업 실적 개선의 핵심 배경”이라며 “60개월 연속 무역흑자와 최근 가파른 수출 증가세를 바라볼 때 불황형 흑자는 더 이상 국내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표현이 됐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뛰어난 실적에 국제 신용평가사의 태도도 달라지고 있다.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작년 4분기부터 이날까지 포스코와 SK하이닉스, KT 등 7개 국내 민간기업(금융회사 제외)의 신용등급을 올리거나 등급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

◆“올해 증시 전망 밝다”

수출 기업들의 실적 개선에 힘입은 경기 성장 ‘낙관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2015년 이후 2년 연속 마이너스였던 순수출 성장 기여도가 올해 플러스로 돌아서고 설비투자가 늘어나면서 경기 회복을 부채질할 것이란 기대다. 통계청이 지난 1일 발표한 12월 광공업생산 증가율은 예상보다 높은 4.3%(전년 동월 대비)를 기록하면서 이 같은 기대에 불을 지피고 있다.

나중혁 KB증권 이코노미스트는 “2016년 초부터 원자재 가격 반등과 함께 글로벌 교역 회복, 국내 수출입 경기 개선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확인되고 있다”며 “대외 수요 회복으로 제조업 업황이 좋아지고 있고, 기계류 등 기업들의 설비투자도 반등했다”고 설명했다.

주식시장이 박스권을 벗어날 수 있다는 조심스런 전망도 나온다. 올 들어 외국인의 한국, 대만, 중국 등 아태지역 상장지수펀드(ETF) 매수세가 두드러지고 있어서다. 박중제 메리츠종금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수년간 박스권에 익숙해진 국내 투자자는 코스피지수 2000포인트 이상에서 주식 매수를 망설이고 있지만 리플레이션과 양호한 기업실적, 정치적 불확실성 완화 기대로 이달 한국 증시가 강세를 나타낼 것”으로 내다봤다.

이태호/하헌형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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