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최태원, 또 '통큰 승부수'…"도시바와 낸드 동맹 맺어 삼성 추격"

입력 2017-02-07 00:13   수정 2017-02-07 11:02

LG실트론 인수 이어 반도체 투자 광폭 행보
"일본정부·업계, 한국기업 투자 어떻게 볼지가 관건"



[ 김현석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이 반도체사업에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달 반도체 웨이퍼를 생산하는 LG실트론을 인수하기로 한 데 이어 일본 도시바의 반도체사업 지분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 ‘만년 적자’였던 낸드플래시 경쟁력 확보를 위해 3조원을 베팅하고 나선 것이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슈퍼호황 속에 지난해 4분기 1조5000억원을 거머쥐어 실탄을 충분히 확보했다. 이번 인수전에서 관건은 일본 정부와 일본 업계의 견제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 반도체 업계가 약진하고 있어 일본이 도시바 반도체사업의 지분을 내주지 않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D램에 이어 낸드도 캐시카우로

메모리 반도체에는 D램과 낸드 두 가지가 있다. 속도는 빠르지만 전원이 꺼지면 기억이 사라지는 D램은 중앙처리장치(CPU)가 연산할 때 잠시 정보를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낸드는 속도는 느리지만 전원이 꺼져도 정보가 계속 남는다. 이 중 최근 각광받는 건 낸드다. 클라우드,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이 확산되면서 낸드 시장은 매년 40% 안팎 성장하고 있다. D램 시장의 15~20%에 비해 두 배 이상 성장성이 높다.

SK하이닉스는 D램에서 막대한 돈을 벌어왔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때 시작한 낸드사업에선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 2012년 SK그룹에 인수된 뒤 낸드 성능을 좌우하는 컨트롤러 전문 회사인 미국 LAMD를 2000억원에 인수하는 등 막대한 투자를 해왔지만, 작년까지 적자에 시달려왔다.

도시바는 이런 낸드 시장의 맹주다. 낸드를 발명했으며 시장을 키워왔다. 2012년 이전에는 낸드 시장에서 1위를 달려왔다. 합작사인 웨스턴디지털에 넘겨주는 물량까지 더하면 아직도 삼성전자와 함께 30% 중후반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도시바가 7000억엔대의 원전사업 손실로 낸드 사업 지분 매각에 나선 건 SK하이닉스엔 황금 같은 기회다. 도시바는 SK하이닉스가 원하는 뛰어난 컨트롤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회사와 지분 제휴를 맺는다면 낸드 경쟁력을 확보해 단번에 삼성전자를 위협할 수준까지 올라설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자본도 충분하다. 지난해 4분기 1조5361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등 작년 한 해 3조2767억원을 벌었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현금 보유액은 4조1360억원에 달했다. 올 1분기에는 2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이 기대되고 있다.

다만 일본 측의 ‘몽니’가 변수다. 일본은 2015년 삼성전자가 샤프 인수에 나섰을 때도 삼성 대신 대만 훙하이를 선택했다. 또 2015년 SK하이닉스가 도시바의 이미지센서 공장 인수를 추진했을 때도 이를 소니에 넘겨줬다.

최태원 회장의 반도체 사랑

SK하이닉스의 공격적 투자엔 최 회장의 리더십이 있다. 최 회장은 2012년 SK하이닉스 인수를 직접 결정하고 주도해 왔다. SK하이닉스는 지난 5년간 급성장하며 현재 SK그룹을 이끄는 가장 큰 회사가 됐다. SK그룹 계열사들의 영업이익, 시가총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최 회장은 이런 SK하이닉스에 투자를 몰아주고 있다. 2015년 11월 반도체용 가스 전문 업체인 OCI머티리얼즈(현 SK머티리얼즈)를 5000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지난달 반도체 웨이퍼를 만드는 LG실트론을 6200억원에 사들이기로 했다. 또 SK에어가스를 인수하고, 합작법인인 SK트리켐과 SK쇼와덴코를 설립했다.

최 회장은 그간 “투자와 채용이 뒷받침될 때 기업의 핵심 경쟁력이 유지될 수 있다”는 지론을 펴며 투자를 주도했다. SK그룹은 지난달 26일 16개 주력 관계사가 올해 모두 17조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투자 실적(14조원)보다 20%가량 늘어난 공격적인 규모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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