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우미 교육 과정 특화…"해외서도 통하는 한국 O2O 기업 목표"
아이를 낳는 기분.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쓰는 모바일 서비스를 처음 세상에 선보일 때 그들이 느끼는 감정이다. 스마트폰 속 앱들은 누구의 손에서 어떻게 왜 태어났을까. 세상에 아무렇게 쓰는 앱은 있어도 아무렇게 만들어진 앱은 없다. 'Why not(왜 안돼)?'을 외치는 괴상한 IT업계 기획·개발자들. [박희진의 괴발개발]에서 그들의 개발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한다.
"저희 한 번만 써주세요. 입주 청소 반값에 해드릴게요."
꽃샘 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2015년 초봄 서울 강남역 인근. 비타민음료 상자를 옆구리에 낀 두 명의 청년이 부동산 문을 두드리고 다녔다. 후줄근한 점퍼와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은 둘은 방금 전까지 도서관에 있었다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차림이었다.
불과 몇 개월전 만 해도 그들은 글로벌 금융 중심지인 홍콩과 미국 뉴욕을 누비던 비즈니스맨이었다. 앞치마와 고무장갑 보다는 슬림한 수트와 노트북을 들고 있었던 청년들이었다. 가사도우미 중개 앱(응용프로그램) '와홈'을 만든 이웅희 대표(30)와 한에드워드 대표(35)의 얘기다.
이 대표는 외국에서 공부하면서 독립한 지 10년이 더 됐지만 살림은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런 그가 한국으로 돌아와 한 대표와 '청소'로 의기투합했다. 둘은 2년 만에 25억원의 투자금을 모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공동대표로 우뚝 섰다.
"강남역 주변에서 3개월 동안 800개가 넘는 부동산을 다 돌아다녔어요. 홈클리닝 업계를 이해하려면 가사도우미로 살아보는 게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이웅희 와홈 공동대표)
이 대표는 캐나다에서 고등학교를 나와 미국 코넬대를 졸업하고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 홍콩 지사에 근무하는 등 엘리트 코스를 거쳤다. 그런 그가 홈클리닝 O2O 서비스에 관심에 갖게 된 건 홍콩의 한 벤처캐피털(VC)에 일하면서다.
"해외 O2O 업체들의 성장을 보면서 한국에 들어가 창업을 하기로 마음먹었어요. 그즈음 뉴욕에 있던 에드워드 형과 얘기를 하다가 미국 홈클리닝 O2O 서비스 업체 '핸디'를 알게 됐습니다. 한국 시장을 조사해봤는데 가사도우미를 부르는 횟수가 오히려 미국보다 많았어요. '바로 이거다' 싶었죠."
2012년 미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핸디는 현재 영국과 캐나다 등으로 세력을 넓히며 글로벌 업체로 성장하고 있다. 가사도우미의 청소 서비스는 물론 가구 조립이나 설치 같은 다양한 집 관련 서비스도 제공한다.
국내 홈클리닝 시장의 성장성을 확신한 이 대표와 한 대표는 2015년 4월 회사를 설립하고 같은해 7월 '와홈' 서비스를 시작했다. 업계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처음부터 공을 들인 것은 가사도우미 전문 교육이었다. 도우미 개인마다 주먹구구식이었던 청소 방식을 규격화하고 고객만족(CS) 교육을 도입했다.
"처음에 시간을 좀 들여서라도 전문적이고 체계화된 교육 과정을 만드는 데 힘을 쏟았습니다. 가사도우미들이 스스로 자부심과 '프로 정신'을 갖고 일할 때 서비스의 질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도우미 교육 임무를 전담으로 맡아줄 책임자도 영입했다. YTN 아나운서 출신인 전하나 와홈 교육팀장(33)이다. 전 팀장은 기업 CS 및 스피치 강사로 일하다 출산과 육아로 2년의 공백기를 가졌다. 와홈에 재취업한 그는 요즘 "또 한 번 어른이 돼고 있다"고 털어놨다.
"평균 연령 55세에 중국 일본 태국 등 국적도 다양한 어머님들을 교육하는 게 쉽지는 않았어요. 특히 가사도우미로 오래 일하신 분들은 '내 청소 방식이 무조건 맞다'는 식이라 많이 힘들었죠. 지금은 인생 선배이신 어머님들과 같이 지내면서 제가 배우는 게 더 많은 것 같아요."
와홈은 업계 최초로 가사도우미에게 파손상해보험도 제공한다. 청소를 하다 발생하는 다양한 돌발 상황에 대해 도우미 개인이 아닌 회사 측이 책임을 진다는 얘기다.
실제로 가사도우미는 세탁한 옷이 줄거나 물건이 깨지는 등 청소 중 다양한 돌발 상황과 마주한다. 애완동물이 문이 열린 틈을 타 밖으로 탈출하는 황당한 사건도 발생한다. 이 경우 고객과 얼굴을 붉히며 실랑이를 벌이는 것은 도우미 개인의 몫이었다.
"한 번은 고객이 집에서 키우는 비싼 고양이가 사라졌다고 울면서 전화를 주신 도우미 분이 계셨어요. 다행히 고양이가 장롱 밑에 숨어있어서 해프닝으로 끝났는데,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 땐 저희에게 먼저 연락을 주도록 한 게 기본 방침이에요."(유희정 와홈 마케팅팀장)
"도우미 분들이 가장 만족해하는 부분은 아무래도 '소속감'이에요. 인력사무소를 통해 개인으로 일할 때와 달리 '누가 내뒤를 봐주고 있다'는 느낌이 드신다고 해요."(전 팀장)
와홈이 다리 역할을 하면서 이용자 입장에서도 편리한 점이 많다. 신분 검증과 전문 교육 과정을 거친 믿을 만한 가사도우미를 쓸 수 있다. 서비스 품질도 보장된다. 만약 청소 상태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물건 파손 등 문제가 발생할 경우 사진을 찍어 앱을 통해 바로 문의할 수 있다.
가사도우미 입장에서는 효율적인 시간 관리가 가능해졌다. 지금까지 도우미들은 인력사무소의 전화를 기다렸다가 일거리를 받아가는 식이 많았다. 일거리 확보에 상대적으로 수동적일 수 밖에 없는 위치였다. 그러나 와홈에선 도우미가 앱을 통해 직접 고객 주문을 확인하고 개인 스케줄에 따라 일거리를 선별할 수 있다.
"도우미와 고객을 직접 연결해주는 플랫폼은 와홈이 처음이에요. 경쟁사 앱의 경우 이용자가 청소를 신청하면 콜센터로 접수가 되고, 콜센터가 도우미를 골라 연락을 주는 형태입니다. 기존 인력사무소와 운영 방식이 비슷하죠. 와홈은 고객과 도우미가 만나는 전 과정이 앱을 통해 이뤄집니다."(김태호 와홈 개발팀장)
현재 와홈과 같은 홈클리닝 O2O 서비스 업체는 미소, 대리주부 등이 있다. 와홈의 지난해 거래 수는 7만5000여건으로 서울 기준 업계 최대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지난해 12월 매출은 3억원이며, 작년 한해 월 매출 성장률은 약 20%에 달한다.
이같은 성장세에 힘입어 투자 유치도 순항하고 있다. 특히 와홈은 배우이자 연예기획사 키이스트 대표인 배용준이 투자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2015년 배용준과 스파크랩, 매쉬업엔젤스, 패스트트랙아시아 등으로부터 10억원 규모의 공동 투자를 받았다. 작년 9월엔 15억원 규모의 후속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최근 와홈은 글로벌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엔 일본 최대 에어비앤비 매니지먼트 기업인 '하우스케어'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 하우스케어는 에이버앤비 호스트 가정을 대상으로 청소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일본에서 에어비앤비 매니지먼트 사업으로 기반을 다진 후 일반 가사도우미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입니다. 다른 나라 기업들과도 접촉을 시작했어요. 미국 핸디처럼 한국 O2O 회사도 세계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습니다."(이 대표)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