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산업기술 선점 … 산업 경쟁력 높여야
과학적 사실을 부정하는 발언을 일삼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출범으로 불확실성이 커졌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행정명령 발동으로 세계 과학·기술 인력의 흐름에 큰 변화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장기적 안목이 필요한 과학기술 연구와 투자에 차질이 생기기 않을까하는 우려 속에 향후 과학기술 정책의 변화 방향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기후변화, 생명공학, 에너지, IT 등 에서 일부 정책 방향이나 투자 전략의 변화가 예상된다.
트럼프 정부의 무슬림 및 테러위험 국가들에 대한 이민제한 정책 시행으로 전문직 취업비자(H-1B) 프로그램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란, 이라크 등 6개국 무슬림 국가 출신자들이 H-1B 대상에서 제외됐다. 미국의 과학·기술 관련 업체들은 전문직 인재 구인난에 시달릴 것으로 전망된다.
평소 트럼프는 기후변화가 미국의 사업을 방해하려는 중국의 사기극이라며 기후변화 현상 자체를 믿지 않았다. 그는 파리기후협정에서 탈퇴하고 원자력을 비롯한 화석연료 사용을 확대하겠다고 밝혀왔다. 또 50조 달러에 이르는 석유, 천연가스, 청정석탄 등 부존자원 개발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앞으로 재생 에너지에 대한 지원금이 감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화석연료를 점차 철폐하고, 신재생 에너지 중심 정책을 펼쳤다. 이에 비해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 화석연료의 효율을 높이고 친환경적 연소기술 개발을 중시하고 있다. 트럼프 정책이 얼핏 기술진보를 늦추듯 보이나, 장기적으로 보면 자주적으로 기술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이다.
트럼프 정권내 마이클 펜스 부통령 등은 연방정부의 배아줄기세포 연구 지원을 비판해왔다. 결과적으로 오바마 행정부가 허용한 인간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다시 금지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국립보건원(NIH에) 대한 구조조정 및 생명공학의 R&D 투자가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캠프 우주정책 관계자들은 지구 기후, 우주 날씨, 해수면 변화 같은 지구과학보다 인간의 태양계 탐사를 더 중시하고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지구과학 부문 예산을 완전히 삭감할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정부는 NASA가 현재 하고 있는 지구와 기후 연구를 미국 해양대기청(NOAA)으로 넘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통령 선거기간 동안 트럼프는 망 중립성 규정에 대해 광 대역 제공업체들에 동일한 네트워크, 동등한 네트워크 속도를 제공할 것을 요구하는 데 대해 비판했다. 이에 맞서 애플, 구글 등 미국 거대 기업들은 트럼프의 망 중립성 정책, 사이버 보안 강화, 인터넷 통제 강화 정책에 거부감을 드러내며 반발하고 있다.
트럼프의 주요 공약 중 고립주의, 방위비 분담금 책임, 주한미군 철수 검토, 반 이민 정책 등이 당장 우리나라 국방과 과학기술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미 FTA 규제 가능성 및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된다면 스마트 폰·디지털 TV·반도체 등 삼성전자와 LG 전자 등 미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IT 기업이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에 생산공장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현지 물량 증대를 통한 글로벌 전략 수정도 쉽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의 과학기술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 과학계는 미국 행정부의 정책 방향에 주목해야 한다. 미국의 축소된 분야를 잘 관찰해서 미국과 협력하고, 기술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내야 한다.
이와 함께 미래 성장 가능성 높은 분야를 중심으로 과학기술 개발 및 제휴를 활성화해야 한다. 우리의 핵심기술을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으로 수출하고, 과학기술 강국으로의 도약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또한 미국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로 국내 기업들과 산업간 융합을 통한 국내 제조업 경쟁력 향상에 힘을 써야 한다. 통상마찰로 인해 국내 수출 품목의 브랜드 가치나 경쟁력이 저하되지 않도록 기업 자체의 리스크 대응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박정일 한양대 대학원 컴퓨터소프트웨어학과 겸임교수
경제위기관리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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