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김재호 법무법인 바른 대표 "변호사는 신뢰 파는 직업…올바름이 우리 업의 기준이죠"

입력 2017-02-07 17:33   수정 2017-02-08 09:13

로펌 창업자에게 듣는다

"올바른 법률서비스 제공하자" 로펌 이름부터 바른으로 정해
변호사 206명으로 조직 커져 관료화 막으려 기업과 인력교류
젊은 변호사와 토요일마다 소통 "창업자 마인드 가져라" 강조



[ 김병일 기자 ]
법무법인 바른은 판사 출신 3명이 만든 토종 로펌이다. 강훈(사법연수원 14기), 김재호(16기), 홍지욱(16기) 변호사의 창업 당시 나이가 각각 44세, 36세, 36세였다. 판사 경력은 모두 10년이 넘었지만 부장판사로 승진하기 전이었다. 처음부터 사무실 2개 층을 빌린 것도 로펌 창업에 의지가 컸기 때문이라고 한다. 김 대표는 “돈 벌어 편안하게 사는 대신 로펌을 만들어 키워 보자는 데 3명이 의기투합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대표적인 ‘전관 위주 로펌’ 바른의 탄생과 성장 과정을 들어보기 위해 창업 멤버 중 현재 대표를 맡고 있는 김재호 변호사를 지난달 26일 서울 대치동 바른 사무실에서 만났다.

젊은 판사 3명이 의기투합

바른이 출범할 당시만 해도 판사 하다 나와 개업하면 사건 수임 걱정 없이 경제적으로 편안한 삶이 보장됐다. 그러나 변호사에 대한 인식은 좋지 않았다. “수임료를 비싸게 책정하는 등 칼만 안 들었지 강도나 다름없다”는 얘기가 많았다. 의사를 비롯해 대표적으로 탈세를 많이 하는 전문직종이란 인식도 파다했다. 바른 간판을 단 1998년 2월은 변호사가 사건 브로커와 판사 등을 이용해 사건을 대거 수임한 이른바 의정부 사태로 법조계가 소용돌이 치고 있을 때였다. 창업을 결심한 직후부터 올바른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방법부터 연구한 이유다. 로펌 이름도 그래서 ‘바른’으로 정했다. 매출을 누락해서 탈세를 하지 말자, 사건 브로커 쓰지 말자, 의뢰인을 사무장에게 맡기지 말고 변호사가 직접 상대하자는 등의 로펌 운영 원칙도 정했다. 조직폭력배 사건이나 조직적 마약범죄는 수임을 거절하는 등 사건도 가려서 맡기로 했다. 김 대표는 “주변에선 ‘변호사가 바르게 해서 먹고 살 수 있겠어’라는 농담을 건네기도 했지만 모든 결정의 기준을 올바른 것에 맞춰 놓으니 오히려 갈등도 없고 편했다”고 말했다.

법원장, 검사장 출신 수두룩

바른에는 영문 명칭이 따로 없다. 외국 로펌을 본떠 창업자들의 성(姓)으로 별도의 영문 명칭을 만든 기존 로펌의 관행을 깬 것이다. 김 대표는 이를 ‘성장비결의 하나’라고 소개했다. 그는 “창업 멤버들의 성을 따서 로펌의 영문 명칭을 지었다면 한참 선배인 고위급 판검사들을 어떻게 모실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모두가 주인이라는 뜻도 담겨 있다. 창업자들이 특별 지분을 주장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사법연수원을 졸업한 뒤 곧장 바른에 합류한 변호사 가운데 대표가 나오는 날이 속히 오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바른에서 ‘기득권’은 없다는 얘기다.

바른은 소송(송무)과 자문 서비스 비율이 8 대 2 정도다. 변호사 숫자도 소송 분야가 절대적으로 많다. 박재윤·박일환 전 대법관, 9명의 전직 법원장 등 법원 고위급 출신이 수두룩하다. 법무부 차관 출신인 정동기·문성우 변호사,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을 지낸 이인규 변호사, 검사장까지 오른 한명관·정동민 변호사 등 내로라하는 검찰 출신도 포진해 있다. 전관 로펌의 단점도 있지만 장점을 최대한 활용한 것이 성장의 원동력으로 꼽힌다. 김 대표는 “규모가 더 큰 대형 로펌보다 바른 전관들의 송무서비스에 만족해하는 기업이 많다”고 전했다.

“월급쟁이 대신 창업자 마인드”

김 대표는 변호사를 ‘신뢰를 파는 직업’이라고 정의했다. 단순히 법률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사고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의뢰인의 사건을 놓고 어떻게 하면 이길지 자기 일처럼 고민하다 보면 전략적 사고를 하게 되고 서비스의 질이 달라진다는 것. 그는 “형사사건에서 졌을 때 안타까워하고 잘됐을 때 함께 기뻐하면서 신뢰관계를 형성한 것이 또다시 사건 수임으로 연결됐다”고 경험담을 전했다.

바른 소속 변호사는 현재 206명(한국 변호사 196명)이다. 조직이 커지면 관료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김 대표의 고민이다. 혁신의 한 방법으로 바른은 인력 교류를 추진 중이다.

김 대표는 “프로야구 구단 넥센 히어로즈에 소속 변호사를 파견했더니 2년 만에 업계 사정에 훤한 전문가가 돼서 돌아왔다”고 소개했다. 젊은 변호사와 토요일마다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그는 “월급쟁이 대신 창업자 마인드를 가지라”고 후배들에게 강조한다.

직장 등 사회 경험이 있는 로스쿨 출신에 대한 기대도 크다. 김 대표는 “비즈니스 마인드와 창업자 마인드를 가진 젊은 인재들이 기존 전관 출신들과 잘 조화를 이룰 때 바른이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춰 갈 수 있는 로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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