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어디에 있는지 찾아내 '데이터 사서' 역할하는 핵심기술
스마트폰 등 낸드 90%에 탑재…삼성, 컨트롤러 인력만 1000여명
하이닉스, SSD시장 점유율 3%…도시바와 협력해 기술 확보 절실
[ 김현석 기자 ]
‘컨트롤러 기술을 잡아라.’
SK하이닉스가 일본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에 3조원을 베팅한 이유 중 하나는 컨트롤러 기술 때문이다. 앞선 컨트롤러 기술을 가진 도시바와 협력하면 낸드플래시로 만드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내장형 메모리(eMMC) 등 급성장 중인 시장에서 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어서다. SSD 시장에서 점유율 3%에 불과한 SK하이닉스는 컨트롤러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고 지난 몇 년간 수천억원을 투자해왔다.
▶본지 2월7일자 A1, 5면 참조
◆컨트롤러가 낸드 경쟁력 좌우
유튜브엔 ‘맥북에어라고 속도가 다 똑같지는 않아요(Some MacBook Airs Have Slower SSDs Than Others)’란 동영상이 여러 개 올라와 있다. 이 영상은 똑같은 맥북에어 2대를 놓고 속도 차가 있음을 보여준다. 원인은 SSD 때문이다. 빠른 제품엔 삼성전자의 SSD가, 느린 맥북엔 다른 업체의 SSD가 탑재돼 있다.
삼성전자 SSD가 빠른 건 ‘컨트롤러 기술’ 덕분이다. SSD는 단순히 낸드를 조립한 게 아니라 컨트롤러를 붙여 만든다. 낸드가 책을 꽂아놓는 서재라면 컨트롤러는 데이터를 언제 어디에 넣고 끄집어낼지를 결정하는 사서 같은 역할을 한다. 또 에러를 수정해주고, 수명을 연장해준다.
이 기술에서 삼성이 경쟁사를 압도한 것. 삼성은 2000년대 초부터 컨트롤러 기술에 투자해 현재 1000명이 넘는 인력이 컨트롤러만 개발하고 있다. 이런 노력은 결실을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켓에 따르면 삼성의 SSD 시장 점유율은 2014년 29%에서 2015년 39%, 2016년 40%로 계속 늘고 있다.
과거 낸드는 단품 위주로 팔려 USB, 메모리카드 등에 쓰였다. 시장 가격은 수요에 따라 출렁였다. 하지만 스마트폰 확산 이후 SSD, eMMC 등 컨트롤러를 탑재한 고부가가치 솔루션 제품이 시장을 주도한다. SSD는 2015년 기준 낸드 수요의 40%를 차지한다. 특히 시장 규모는 2015년 141억달러에서 매년 6%씩 성장해 2020년 188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마트폰, 태블릿 등에 내장되는 eMMC 등까지 합치면 낸드 수요의 90% 이상이 이들 컨트롤러가 탑재된 솔루션 제품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솔루션 제품은 단품보다 부가가치가 높고 수요도 안정적”이라며 “이런 솔루션 제품의 경쟁력은 컨트롤러가 좌우한다”고 설명했다.
◆도시바와 컨트롤러 협력
SK하이닉스는 2011년까지 컨트롤러를 업계 1위인 이스라엘 아노비트에서 조달했다. 하지만 2011년 말 이 업체는 애플에 4억달러에 인수됐다. 애플이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등에 들어가는 저장장치의 속도와 수명을 높이기 위해 사들인 것. 미국 마이크론도 같은 해 스토리지제네틱스를 사들였고, 저장장치 회사인 LSI는 2012년 업계 2위인 샌드포스사를 3억7000만달러에 합병했다.
급해진 SK하이닉스는 2012년 업계 3위권인 미국 LAMD사를 2억4700만달러에 인수했다. 또 플래시 솔루션 디자인 센터를 만들고 2013년 대만 이노스터의 eMMC 컨트롤러사업부를 인수하는 등 대규모 투자를 했다.
지난해 SSD 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3%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도시바와 협력해 앞선 컨트롤러 기술을 확보하는 게 절실하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SSD는 포기할 수 없는 분야”라며 “도시바 인수의 목적 중 하나는 컨트롤러 협력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시게이트와 SSD 관련 합작사를 세우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 컨트롤러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활용한 각종 저장용 장치에 설치돼 두뇌 역할을 하는 시스템 반도체. 자료 처리 순서 등을 정하기 때문에 낸드의 안정성과 속도 향상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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