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비리·실적부진 겹쳐
조직 흔들리는 상황에서 작년 사장으로 취임
1년 새 74번 현장방문…"청렴은 조직의 생명" 강조
환경설비 투자 강화…석탄화력발전 경쟁력 개선
작년 해외순익 253억원
[ 오형주 기자 ] 2001년 한국전력에서 분사한 중부발전은 역대 사장 6명 중 5명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퇴진하는 ‘잔혹사’에 시달렸다. 각종 비리와 실적 부진이 반복되면서 정부의 공기업 경영평가에서도 줄곧 하위권을 맴돌았다. 2015년에는 최하인 E등급을 받았다. 사장은 물러났고 직원들의 사기도 땅에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내부 출신이 ‘구원 투수’로 나섰다. 작년 1월26일 취임한 정창길 사장(사진)이다. 1978년 한전에 입사한 정 사장은 중부발전에서 기획처장, 서울화력발전소장, 관리본부장 등을 두루 거쳤다. 정 사장 취임 후 중부발전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지난해 경영평가에선 전년에 비해 3계단이나 껑충 뛴 B등급을 받았다. 부패·비리는 단 한 건도 없었다. 국민권익위원회 청렴도 평가에선 606개 공공기관 중 4위를 차지해 창사 이후 최초로 1등급을 달성했다. 불과 1년 만에 환골탈태(換骨奪胎)한 것이다.
정 사장은 취임한 뒤 74차례나 지방 사업소를 찾았다. 현장 직원들의 자존감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동시에 청렴 원칙을 강조했다.
그는 7일 충남 보령 본사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안전이 사람의 생명, 품질이 설비의 생명이라면 청렴은 조직의 생명”이라며 “비위사건에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으로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고, 익명신고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처벌보다 예방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차질 없는 발전소 건설도 조직을 추스르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과제였다. 중부발전은 신보령, 신서천, 서울복합 등 국내 발전사 중 최대인 4040메가와트(㎿) 규모의 발전소 건설사업을 벌이고 있다. 정 사장은 “2020년이면 중부발전은 국내 최대 화력발전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세먼지 주범’으로 몰리며 존폐 위기에 놓인 석탄화력발전에 대해선 긍정적 전망을 내놨다. 정 사장은 “중부발전은 2025년까지 1조7700억원을 설비 개선에 투입해 미세먼지 배출량을 2015년 대비 74% 감축할 계획”이라며 “발전된 환경설비로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배출기준치를 충분히 맞출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일각에서 주장하듯 석탄화력의 무조건 폐지가 능사는 아니라고 본다”며 “특별한 에너지원이 없는 한국에선 원가가 가장 저렴한 석탄화력이 유리한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중부발전은 국내 발전사 중 가장 활발한 해외 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해외에서만 253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중부발전이 지분 27.5%를 갖고 운영을 맡은 인도네시아 치레본 석탄화력발전소는 작년 인도네시아 전체 발전소 중 운영실적 1위를 달성했다. 중부발전은 상반기 치레본 2단계 건설 공사에 들어간다. 정 사장은 “한국의 석탄화력은 고장정지율이나 손실률 등 운영지표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라 해외 진출 시 잠재력이 크다”며 “다음달에는 치레본 1단계 투자비 770억원을 상업운전 4년8개월 만에 전액 회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중부발전은 정부의 발전공기업 상장 계획에 따라 2019년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다. 전체 주식의 20~30%가량을 민간에 매각하는 대신 정부 등 공공지분을 51% 이상으로 유지하는 혼합소유제 방식이다.
정 사장은 “중부발전은 각종 대규모 투자로 앞으로 5년간 7조~8조원의 재원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상장을 통해 신주를 발행하면 추가 자금 확보가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발전 포트폴리오나 해외 사업 전망 등을 고려하면 발전 5사 중 중부발전 주가가 가장 높을 것”이란 예측도 내놨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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