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술하다 사람 죽인다"는 소위 재벌 개혁법안들

입력 2017-02-08 17:58   수정 2017-02-09 06:49

국회발(發) 규제폭탄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재계는 밤잠을 설칠 지경이라고 하소연한다. 기업지배구조를 인위적으로 수술하겠다는 상법개정안 등이 탄핵정국을 틈타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수도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상법 개정안에 대한 경제계 의견’을 각 당에 전달하기로 결정한 것은 그런 위기감의 표출일 것이다. 미국 등 밖에서는 기업 천국을 만들겠다고 난리인데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기업하기 힘든 나라를 만들겠다고 나오니 세상에 이런 엇박자도 없을 성싶다.

정치권이 밀어붙이는 상법개정안을 보면 감사위원 분리 선임, 집중투표제 의무화, 근로자 대표 등 추천자의 사외이사 의무 선임,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전자투표제 의무화, 자사주 처분규제 부활 등 시장경제의 기본원칙을 훼손하는 사안들 천지다. 일률적·강제적 사전규제들이 마치 도둑 잡으려고 야간통행을 전면 금지하자는 것과 뭐가 다르냐는 말이 나올 만하다.

더구나 주주 의결권 행사방법과 이사회 멤버 구성까지 제한하는 것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을 하는 나라는 아예 전무하다.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한 국가도 러시아 칠레 멕시코 등 3개국이 고작이다. 전문가들은 상법개정안이 이대로 시행되면 기업 이사회는 해외 투기자본의 놀이터로 전락하고, 지주사 체제 그룹은 경영권을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모험적 투자, 혁신 등 기업가정신이 사그라질 건 두말할 필요도 없다. 대한상의는 상법개정안 때문에 기업들의 ‘테이블 데스(table death: 수술 중 사망)’가 우려된다고 호소하고 있다.

정치권이 통과시키려는 징벌적 손해배상 법안,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도 마찬가지다. 자칫하면 과도한 배상 요구에 시달려야 하고 고발권 남용으로 언제 어디서 소송이 들어올지 모르는 판국이면 누가 기업활동을 하겠나. 신기술, 신상품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상황에 처한 기업더러 꼼짝도 하지 말라는 식이다. 서비스산업발전법, 규제프리존 등 경제활성화법안은 철저히 외면한 채 오로지 기업 규제 법안에만 열을 올리는 것이 한국의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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