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경완 < 메리츠종금증권 수석연구원 kw.eun@meritz.co.kr >
순이자마진(NIM)이 높을수록 은행의 수익은 커진다. 2011년 이후 지속적으로 떨어진 은행의 순이자마진은 지난해 4분기를 저점으로 올해 1분기가 지난 뒤 서서히 반등할 전망이다. 지난해 6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효과가 대부분 사라진 데다 잔액기준 예대금리차(대출금리-예금금리)도 바닥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지난해 4분기 은행의 순이자마진은 전분기 대비 평균 0.01~0.02% 떨어지는 선에서 안정될 가능성이 높다.
기준금리 추가 인하 힘들 듯
순이자마진은 금리의 영향을 받는다. 금리가 오르면 순이자마진도 함께 커져 은행업종 실적에 도움이 된다. 일각에서는 기준금리가 추가로 인하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가계부채로 인한 이자부담이 늘고 주택담보대출의 원금 상환으로 소비 여력이 줄면 경제성장률이 발목 잡힐 것이란 분석 때문이다. 지난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8%에서 2.5%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경제 부양을 위해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는 다 쓸 가능성이 있다는 게 금리 인하를 전망하는 근거다. 하지만 굳이 금리를 인하하지 않더라도 지난해보다 물가상승률이 높아지면서 실질금리는 떨어지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문제는 금리가 오를 때 순이자마진이 얼마나 큰 폭으로 개선될 것이냐 하는 점이다. 은행의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늘어났다. 늘어난 대출의 대부분은 장기자산인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했다. 자산 듀레이션(가중평균 잔존만기)이 확대된 것이다. 반면 자금 조달 부문은 시장의 유동성 자금을 흡수해 자산 듀레이션이 축소됐다. 자산과 부채 간 듀레이션 차이가 커질수록 순이자마진이 금리에 둔감하게 반응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지난해 6월 기준금리가 인하됐지만 지난해 하반기 순이자마진 하락폭이 미미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순이자마진이 금리에 반응하는 속도는 둔화하고 있지만 꾸준한 자산 성장을 바탕으로 은행업종 순이자이익은 5년 만에 개선될 전망이다. 지난 몇 년간 은행 자산 성장을 견인하던 정책효과는 사라졌다. 하지만 올해부터 완만하게 금리가 올라가면서 정체됐던 순이자마진 개선이 확실시된다.
금융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 기대
지난해 말까지 이뤄진 은행권의 구조조정 규모는 4600명을 웃도는 것으로 파악된다. 전체 은행권 인력의 약 4%에 해당하는 인원이다. 인력 구조조정에 따라 사상 최고로 악화됐던 은행의 비용효율성은 내년부터 완만하게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비용 통제, 순이자이익(탑라인) 성장, 충당금 안정화 등을 통해 은행업의 이익안정성은 높아졌다. 하지만 수익성 제고의 한계는 명확하다. 은행업계는 이자이익에 편중된 수익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수수료 기반의 수익원 창출, 해외진출을 통한 사업영역 확장 등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단기적으로 가시적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수수료 이익을 늘리기 위해서는 은행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은행 서비스를 공공재로 인식하는 금융 소비자의 인식 전환도 이뤄져야 한다. 선진국 은행과 비교해 작은 국내 은행의 자본 규모를 감안할 때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국내 은행은 글로벌 주요 은행과 달리 투자은행이 아니라 상업은행이다. 상업은행은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기보다 고객 예금을 보호하는 기능이 가장 중요하다. 이 때문에 위험 업무를 다룰 수 있는 한계가 명확히 존재한다. 국내 은행이 고위험·고수익 비즈니스 모델 확장을 할 수 없는 근본적인 이유이다.
상업은행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000년부터 금융지주회사 제도가 도입됐다. 현재 증권시장에 상장한 대부분의 은행은 지주회사 형태를 갖추고 있다. 금융업종 계열회사 간 상품 교차판매·복합상품 개발 등 연계 영업을 강화하고 규모의 경제 효과를 노리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최근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이 지주사 전환을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향후 국내 은행 지주사들의 과제는 계열사 컨트롤타워로서 자회사 간 업무 협업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것이다. 그룹 간 시너지를 활용한 자산관리(WM) 기업투자금융(CIB) 분야 진출이 아직은 시작 단계라는 점에서 성공을 논하기는 이르다. 지금처럼 은행의 이자이익 편중이 심화할수록 변화하는 경제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은행업계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서는 사업다각화와 고부가가치 영업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은경완 < 메리츠종금증권 수석연구원 kw.eun@meritz.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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