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바라보는 여러 관점 이해해야 어떤 사회로 나아갈지 판단 가능
지식인의 역할은 무엇인가
토머스 소웰 지음 / 정명진 옮김 / 부글
어떤 체제라도 제대로 돌아가려면 이해하고 개선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냥 내버려 두면 퇴락하고 마는 것이 우리가 발을 딛고 서 있는 경제체제다. 놀라운 일은 시장경제에서 상당한 부를 축적한 사람 가운데 체제 기반을 알게 모르게 허물어뜨리는 사람들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누구든지 당장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을지라도,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리고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를 이해하는 데 약간의 지적 투자가 필요하다.
1930년생인 토머스 소웰은 지난해 은퇴 전까지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에서 평생 연구를 수행한 보석 같은 지식인이다. 그는 평생 사람들이 우리에게 번영을 가져다 준 체제를 반듯하게 볼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해왔다. 그의 최근작 《지식인의 역할은 무엇인가》는 지적 여정의 총결산을 담은 책이다. 그는 이 책의 목적을 “어떤 중요한 사회적 현상을 이해하고, 또 종사하는 분야와 상관없이 그 같은 현상에 대해 알기를 원하는 사람들과 그 이해를 나눠 갖는 것”이라고 했다.
사상을 다루는 지식인의 빛과 그림자뿐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관점을 집중적으로 다룬 책이다. 정치가나 교수, 언론인 등과 같이 사상에 영향을 미치는 지식인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지만 일반인에게도 도움이 되는 책이다. 모두 아홉 장으로 구성된 책은 지성과 지식인들, 지식과 개념, 지식인과 경제학, 지식인과 사회적 비전, 미디어와 학계가 선택하는 현실, 지식인과 법, 지식인과 전쟁, 역사의 반복, 지식인과 사회로 구성된다.
태생적으로 지식인들에겐 스스로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똑똑하기 때문에 일반인이 갖고 있는 지식에 맡겨두기보다는 자신들의 특별한 지식에 따라 사회를 개조해야 한다고 믿었고 이를 실천에 옮겼다. 이 결과 수많은 사람이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을 겪었고, 아직도 한반도의 반쪽은 그런 고통의 신음으로부터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능에서 판단력을 뺀 것이 지성이고, 지혜는 지성과 지식, 경험, 판단력을 결합시키며 논리적으로 이해하는 능력을 말한다. 지식인이 지능을 제외하면 지성과 지혜라는 면에서 일반 사람들에 비해 우수하다는 증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지식인의 지적 우월감이나 자만감은 과거의 문제만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한국이란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책을 읽는 내내 우리 사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좌파와 우파의 갈등은 결국 세계관의 갈등이다. 좌파의 세계관은 신성한 비전에 바탕을 두고 있고, 우파의 세계관은 비극적 비전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런 상반된 개념들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세상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우리가 어떤 사회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지를 명쾌하게 가르쳐 주는 데 부족함이 없다.
정치의 계절과 함께 얼치기 지식인들의 주장이 난무하는 이 나라를 보면서 이런 책에 단 몇 시간만 투자하더라도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을 텐데라는 아쉬움을 갖게 된다. 비즈니스 현장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은 사회과학 서적이다.
공병호 <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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