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싱턴=박수진 기자 ] 렉스 틸러슨 신임 미국 국무장관이 “한국은 이미 많은 방위비를 분담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 핵문제에는 군사력 사용을 포함해 새로운 접근법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틸러슨 장관은 지난 1일 미 상원에서 인준을 받기 전 외교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벤 카딘 의원에게 제출한 청문회 서면 답변 자료에서 이같이 언급한 것으로 8일(현지시간) 확인됐다. 트럼프 정부가 방위비 분담금은 한국 측 의견을 반영하고, 북한 문제는 제재와 압박을 강화하기로 방향을 잡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틸러슨 장관은 ‘한국 일본과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실패할 경우 미군을 철수할 것이냐’는 카딘 의원의 서면 질문에 “한국과 일본은 이미 많은 돈을 미군 주둔비로 기여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관련 대화가 생산적으로 진행되고, 공평한 분담금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낙관한다”고 덧붙였다.
지난주 한국을 방문한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은 방위비 분담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대통령 선거 유세에서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 등을 언급하며 방위비 분담 증액을 요구하겠다고 한 것과 상당히 분위기가 다르다.
반면 대북 문제에는 초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사진)은 서면답변에서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군사력 사용과 ‘세컨더리 보이콧’ 등을 언급했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제재국가와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과 은행, 정부 등에도 미국이 제재를 가하는 조치다. 북한을 지원하는 중국까지 직접 겨냥한다는 점에서 부담이 큰 제재방식이다.
그는 “북한은 역내 및 국제 안보에 최우선 위협 중 하나”라며 “새로운 전략이 도입되지 않는다면 북한의 핵무기 개발 등 위협은 지속적으로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전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미국은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에서부터 외교문호 개방까지 테이블 위에 모든 옵션을 올려둘 것”이라고 덧붙였다.
틸러슨 장관은 특히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가 임박한 것으로 보일 경우 이를 저지하는 군사적 조치를 지지할 것이냐는 질문에 “미국은 북한의 핵 위협이 미국 본토에 도달하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국력’을 동원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북한 지도부가 의심의 여지 없이 믿는 게 중요하다”고 단언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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