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에 남은 승자가 모든 것을 차지한다."
냉기 흐르던 조선주(株)에 장밋빛 전망이 짙어지고 있다. 업황 악화로 구조조정에 칼을 빼들던 지난해를 뒤로 하고 올해 잇따라 수주 낭보를 전하고 있다. 수년간 이어진 수주 절벽에 전 세계 조선사들이 줄도산하면서 국내 업체들이 득을 보고 있다는 평가다.
10일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올해 1월 국내 조선업체들은 세계 선박 발주량의 절반 이상을 수주했다. 수주 점유율은 55.5%로 중국(18.3%)과 일본( 4.1%)을 큰 차이로 앞섰다.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이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저장 재기화 설비(FSRU)를 1척씩 수주했다. 현대중공업은 노르웨이 유조선사인 DHT와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2척의 계약도 따냈다. 대선조선과 현대미포조선도 석유제품운반선을 각각 2척, 1척 수주했다.
이달에도 수주 낭보가 이어지고 있다.
전날 대우조선해양은 미국 선사로부터 부유식 액화천연가스(LNG) 저장·재기화 설비 1척을 수주하기로 하고 의향서(LOI)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수주금액은 2650억원 본계약은 오는 4월 안으로 체결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미포조선도 지난 6일 유럽 소재의 CLdN사와 1350억원 규모의 로로선 2척을 수주했다고 공시했다. 오는 2019년 4월까지 선주 측에 해당 선박을 인도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도 최근 터키 건설사와 국영벤처 갤리온으로부터 FSRU 1척, 옵션 1척을 수주했다. 계약금액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전문가들은 FSRU 1척을 약 2600억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업체별로 온도차가 있지만 국내 조선사에 대한 전반적인 수주 회복 기대감이 짙어지고 있다.
유재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의 현재 매출 기준 수주잔고는 조선부문 74억 달러, 해양부문 31억 달러 수준"이라며 "신조선 발주는 회복 국면으로 방향을 전환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환경규제가 강화돼 노후선들의 폐선이 증가하고, 원자재 가격상승에 따른 선가 상승으로 점진적인 발주량 회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길어진 불황에 세계 조선업체들이 쓰러지면서 국내 조선사들의 입지가 더 강화됐다는 분석이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현대미포조선을 비롯한 국내 조선업체들이 조선업 구조조정에 따른 수혜가 기대된다"며 "주요 경쟁사들이 수주능력을 사실상 상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세계 조선업체들은 길어진 불황을 버티지 못하고 줄줄이 낭떠러지로 밀렸다. 클락슨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중국 조선업체 3곳 중 2곳이 수주 가뭄에 가동을 중단했다. 중국의 조선업체 수는 2009년 대비 63% 줄었고, 일본의 조선사는 2008년과 비교해 17% 감소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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