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사 '콕 찌르기] (49) 인물에 대한 평가는 사실인가?

입력 2017-02-10 16:36  

장원재 박사의 '그것이 알고 싶지?'

레미제라블 장발장의 실제 모델, 프랑수아 비도크는 선인가 악인가 ?



■ 체크 포인트
범죄자, 사기꾼이었던 사람이 형사로 맹활약했다면 우리는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요?


역사는 단순하지 않다. 아돌프 히틀러처럼 어떤 기준을 적용해도 악인인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다수 인물들의 생애는 선악으로 선명하게 나눠지지 않는다. ‘진실’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특정 사건, 사건이 벌어진 배경, 당시의 역사적 전후 사정을 입체적으로 살펴야 한다. 그래서 어렵다. 프랑수아 비도크(E. F. Vidocq: 1775~1857)라는 인물이 있다. 프랑스 대혁명 시절 군복무를 마친 비도크는 탈영병이라는 누명을 쓰고 체포된다. 교도소에서는 위조지폐 제조의 죄명이 더해져 사기 혐의로 중노동형을 선고받는다. 10여 년 동안 탈옥과 체포를 거듭하면서 형량이 늘어났는데, 그 과정에서 비도크는 범죄자들을 통해 뒷골목의 정보, 범죄수법에 통달했을 뿐 아니라 본인 스스로가 변장의 달인이 된다.

감방에 수감된 비도크…절도사건 해결

그의 인생 반전은 1810년 같은 감방 수감자의 이야기를 듣고 이를 활용해 경찰에 정보를 전달한 사건이다. 연쇄 절도에 시달리던 경찰에게 특정 거리를 지목하며 가보라고 한 것이다. 사건은 해결되었다. 깜짝 놀란 경찰들에게 비도크는 ‘범죄자들에게는 독창성이 없다. 한 번 사용한 범죄 방식을 다시 쓰고, 한 번 안전하다고 믿은 아지트를 다시 사용한다. 그래서 추리가 쉬웠다’고 말했다 한다. 옥중 추리로 연쇄 절도 집단을 일망타진한 비도크는 며칠 후 백작 부인 살인 사건을 해결한다. 남편을 기다리던 백작 부인이 총에 맞아 처참한 시체로 발견된 사건인데, 그는 사상 최초로 과학적인 수사 기법을 동원한다. 그리고, 권총 상자의 파쇄 상태, 화약 가루의 흔적 등을 근거로 추리한 끝에 범인은 백작이 아니라 일반 강도라고 지목한다. 백작 부인의 다이아몬드 반지가 파리에서 거래되는 현장을 경찰이 급습하여 진범을 체포함으로서 비도크의 명성은 급상승했다.

이 때의 공적을 바탕으로, 그는 1917년 출감한 이후에는 파리 경찰국 산하 신설 조직으로 범죄 수사과를 창설하고 초대 과장에 취임한다. 범죄자야말로 범죄자의 심리와 행태를 누구보다도 잘 안다는 논리였다. 그는 취임 8년 만에 파리의 범죄율을 무려 40%나 떨어뜨리는 실적을 낸다. 놀라운 점은, 이 실적이 오직 그의 개인적인 추리와 수사의 결과라는 사실이다. 루이18세가 비도크의 공로를 인정, 그가 저지른 과거의 죄와 기록을 모두 사면한다는 문서에 서명했을 정도였다. 비도크는 1827년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절도를 저지른 혐의로 파면되었는데, 그는 활동을 접는 대신 ‘정보회사(Le bureau des renseignements)’라는 회사를 만든다. 일종의 사립탐정 회사로, 3000명 정도의 고객이 그에게 ‘사건 해결’을 의뢰했다는 기록이 있다.

긍정적인 기준을 들이대자면, 비도크는 역사상 최초의 사립 탐정, 현대 범죄학의 아버지, 진정한 의미에서의 프랑스 경찰을 완성한 인물이다. 비도크 이전에는 모든 경찰이 경찰복을 입고 근무를 했다. 비도크는 사복을 입고 거리에서 정보를 수집, 사건을 해결하는 ‘형사’의 개념을 처음 도입했다. 당시로서는 혁신적이었던 이러한 방식으로 그가 평생동안 체포한 범죄자는 무려 2만 명인데, 잠복 수사도 비도크가 창안한 수사 기법이다. 범죄 기록을 꼼꼼하게 기록하고 분류하여 사건 해결의 자료로 활용한 것도 비도크가 최초다.

출감한 이휴 경찰 수사담당…현대적 수사

벌써 눈치를 챘겠지만, 빅토르 위고가 <레미제라블>을 쓰면서 주인공 장발장의 모델로 활용한 인물이 바로 비도크다. 사실은, 형사 자베르도 비도크가 모델이다. 장 발장은 수감 시절의 비도크를, 자베르는 탐정 시절의 비도크를 모델로 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이것만이 아니다. 그는 수많은 추리 소설가들에게 영감을 제공했다. 모리스 르블랑이 창조한 괴도(怪盜) 아르센 뤼팽, 뒤마의 몽테크리스토백작, 코넌 도일의 셜록 홈즈의 모델이 모두 비도크다. 에드거 앨런 포우의 소설 속 명탐정 어거스트 뒤팽은 작품 속에서 직접 비도크의 이름을 언급하기도 한다. ‘비도크가 없었다면 추리 소설도 없었을 것’이라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소설만이 아니다. 심리학의 거두 프로이드는 비도크의 심리수사를 주제로 논문을 쓰기도 했다. 한 개인이 문화의 여러 방면에 이토록 큰 영향을 끼친 경우도 그다지 많지 않다. 그는 범죄자였고 사기꾼이었으며 형사였고 탐정이었다. 사생활은 다소 복잡한 편이어서 조반니 지코모의 소설 <카사노바>가 비도크를 모델로 했다는 말도 있을 정도다.

그렇다면, 이 인물의 생애는 선인가 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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