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과잉 우려했던 LG디스플레이, OLED와 '투트랙 전략' 병행키로
유리기판 클 수록 가격경쟁력↑
8세대, 55인치TV 4장 만들지만 10세대 패널은 10장 뽑아내
[ 노경목 기자 ] LG디스플레이가 경기 파주시에 짓고 있는 공장(P10)에 10.5세대 LCD(액정표시장치) 제조라인을 만든다. 지난해 BOE와 CSOT 등 중국 업체들의 관련 설비 건설 발표로 본격화된 10세대 이상 LCD 생산 경쟁에 뛰어들었다. 10세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투자는 유보하기로 했다.
◆이르면 내년 양산
업계 관계자는 10일 “LG디스플레이가 월 6만장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의 10.5세대 LCD 라인을 파주 P10 공장에 깔기로 하고 관련 장비와 소재 발주를 시작했다”며 “작년 하반기부터 가격이 안정세로 돌아선 LCD 패널에 대한 수요가 당분간 탄탄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LG전자가 기존 LCD를 업그레이드한 ‘나노셀 TV’를 올해 내놓는 등 프리미엄 LCD 패널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점도 이유다.
LCD산업은 세대를 구분짓는 유리기판 크기에 따라 가격 경쟁력이 좌우된다. LG디스플레이가 보유한 8.5세대 라인에서 나오는 유리기판 한 장으로는 55인치 TV패널 4개를 만들 수 있지만 10.5세대에선 10개를 뽑아낼 수 있다. 중국 디스플레이 제조사들은 작년부터 10세대 이상 LCD 생산시설 건설에 나서고 있다. BOE는 내년 3분기 양산을 목표로 10.5세대 공장을 짓고 있고 CSOT의 11세대 공장은 2019년부터 본격 가동될 예정이다.
반면 한국 업체들은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 하락을 우려해 관련 투자를 미뤄왔다. LG디스플레이는 2014년 중국 광저우에서 문을 연 8.5세대 라인을 마지막으로 LCD보다는 OLED 생산 확충에 신경 써왔다.
삼성디스플레이도 휴대폰용 OLED 생산설비 증설에 매진하고 있다. 중국의 10세대 이상 공장에서 본격적으로 LCD를 찍어내면 가격 경쟁력 하락으로 한국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결정은 조금 늦었지만 양산 시점은 크게 차이나지 않을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의 P10 공장은 2015년 말 착공해 내년 2월이면 첫 번째 생산라인이 가동된다. 10.5세대 LCD도 이르면 내년에 양산을 시작할 수 있다.
◆LCD 라인 일부는 OLED 생산으로
OLED 수요 증가는 기존 LCD 생산라인을 전환해 해결한다. LG디스플레이는 다음달부터 8.5세대 LCD 라인 일부를 OLED 공장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시작한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갖고 있는 생산설비로도 OLED 수요 증가를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다”며 “이번에 짓는 10.5세대 LCD 설비도 2020년 이후에는 단계적으로 OLED 라인으로 전환해 장기적인 수요 증가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니가 올해부터 OLED TV 판매에 나서는 등 OLED 패널 수요는 차츰 늘고 있다. 하지만 프리미엄 LCD TV와 비교해도 1.5배 이상 비싼 가격 때문에 OLED TV 판매 증가 속도는 기대보다 느리다. OLED 패널 생산을 크게 늘리면 가격을 떨어뜨려 수요를 늘릴 수 있지만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야 하는 LG디스플레이에는 큰 모험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가 중국의 도전에 맞서 LCD 생산설비를 확충해 수익성을 유지하면서 향후 OLED 추가 투자를 위한 돈을 벌어들이겠다는 것”이라며 “바로 10세대 OLED 투자에 나서는 것보다 안정적인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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