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반짝 상승 아니다"
'촛불' '태극기' 극한대립 상황서 통합 메시지로 중도·보수층 흡수
문재인과 양강체제로 가나
민주당 비문계, 안희정 지원 움직임…"당내 경선에선 역부족" 분석도
[ 손성태 기자 ]
새해 들어 안희정 충남지사의 지지율이 19%(10일 한국갤럽 조사)까지 급등하면서 ‘문재인 대세론’을 흔들 최대복병으로 떠올랐다. 안 지사의 약진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당내 대세론을 허물고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양강체제로 경쟁구도를 바꿔놓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안 지사의 도약은 ‘반짝 현상’이 아니라 지역별 세대별로 유의미한 변화가 감지된다. 야당 지지층의 표심 향배를 가늠할 수 있는 호남권 지지율이 20%까지 상승했다. 지난주 이재명 성남시장과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에 이어 4위였던 호남 지지율이 단숨에 문 전 대표(31%)에 이어 2위로 올라섰다.
대연정을 제안하는 등 각종 정책공약에서 ‘우(右)클릭’ 행보를 보이면서 중도 보수층으로 확장성을 증명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안 지사의 캠프 대변인인 박수현 전 의원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퇴장 후 정권교체의 안정감이 확산되면서 유권자들이 후보자들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며 “특히 최근 ‘촛불’과 ‘태극기’로 대변되는 극단적 상황에서 안 지사의 ‘통합 메시지’가 먹혀들고 있다”고 말했다.
세대별로 40대 이상 지지율이 급등한 것이 대표적이다. 50대 지지율에선 문 전 대표를 처음으로 제쳤고, 40대와 60대 이상에서도 문 전 대표와의 격차를 1~5%포인트로 좁혔다.
향후 민주당 경선에서 안 지사의 ‘반전 드라마’가 현실화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당내 비문(비문재인)계를 중심으로 안 지사의 대연정론을 지원사격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이종걸 전 원내대표는 10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안 지사가 대연정을 주장하면서 새로운 ‘뉴 노무현’을 주창한 게 의미가 있다고 본다”며 “개혁진보 진영만으로는 집권하기가 어렵다. (정권이) 재편됐을 때 중도까지 더 넓게 국정을 나눠서 고루 공유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는 대원칙은 개혁진보 쪽에 경각심도 주고,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물론 안 지사가 ‘문재인 대세론’을 깨기에는 역부족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안 지사에 대한 민주당 지지층 지지율이 높아졌지만 아직까지 문 전 대표와의 격차는 크다. 안 지사의 민주당 지지층 선호도는 20%로 전주 대비 7%포인트 올랐다.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은 전주(64%)에서 7%포인트 하락했지만 57%로 아직까지 결선투표를 생략할 만큼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다.
문 전 대표 캠프 관계자는 “‘반기문 현상’ 제거 등으로 야당 지지층이 여러 선택지를 놓고 고민하면서 안 지사가 약진하고 있다”며 “당내 경선에 돌입하면 정권교체란 명분을 앞세워 지지층 결집현상이 나타나고, 대세론이 굳어지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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