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 가파르게 오르면 한계기업 재무건전성 타격
상시 구조조정 강화 필요
제조업 공급과잉 심한데 '신산업' 비중 1%도 안돼
근본적인 성장전략 마련을
[ 김유미 기자 ]
금리 상승기와 4차 산업혁명을 맞아 근본적인 성장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10일 서강대에서 열린 ‘2017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경제학자들은 올해 한국 경제의 최대 과제 중 하나로 ‘구조조정을 통한 경제 체질 개선’을 꼽았다.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두드러지는 만큼 가계부채와 대외 시장불안에 대한 상시적인 모니터링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금리 상승 충격 커진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학술대회 중 한국국제경제학회가 주최한 ‘국내외 불확실성 확산과 한국 경제’ 세미나에서 “국내 정치적 불안정성이 진행되는 가운데 한국 경제가 많은 도전에 부딪혀 있다”며 “미국 금리 상승, 보호무역주의 흐름 등은 소규모 개방경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수출이 둔화되고 성장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그는 “분배지표를 보면 최근 10여년 가까이 개선되다가 작년 4분기에 조금 나빠진 것이 사실”이라며 “장기적인 흐름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급증한 가계부채는 최근 금리 상승과 맞물려 정부의 큰 고민거리가 됐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정책금리 상승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시장금리도 들썩였다. 초저금리 때 돈을 빌린 가계가 더욱 부담을 겪게 됐다.
한계기업 연명 막아야
신성환 한국금융연구원장은 “올해 Fed가 예상대로 2~3차례 금리를 올린다면 완전히 다른 금리 환경에 접어들게 된다”며 “금리가 가파르게 인상되면 한국 경제에 주는 충격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리 상승은 자산가격 하락을 동반해 한계가구를 늘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기업들은 2014년부터 영업이익이 개선됐지만 실적 양극화도 진행됐다는 분석이다. 그는 “금리가 오르면 한계기업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될 것”이라며 “정부가 기업 구조조정을 잘못하면 이들 기업이 연명하며 전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팎의 정치 경제적 위험이 높은 만큼 정부가 일관성을 갖고 위험관리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유병규 산업연구원장은 “한국 경제는 늘 위기였지만 이번엔 경제와 사회의 ‘복합 위기’란 점에서 다르다”고 진단했다. 제조업에서 공급과잉 업종이 전체의 3분의 1에 달하지만 대체할 산업은 미약하다는 평가다.
그는 “외환위기 이후 신성장동력 정책이 계속 나왔지만 전 산업에서 신산업 비중은 아직 1% 수준”이라고 말했다.
“중기 지원으론 생산성 못 높여”
상시적인 산업 구조조정 없이는 4차 산업혁명에 대처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공급 과잉 상태인 자동차, 철강, 조선산업은 올해 생산이 감소될 것으로 전망됐다.
정부의 구조조정 정책에 대한 쓴소리도 많았다. 백웅기 상명대 교수는 “조선업 수주가 안 되는 시기에 정부는 완화적 금융정책, 느슨한 감독으로 오히려 설비투자를 늘려놨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 지원이 늘었지만 금융 지원을 받은 기업 생산성은 전반적으로 낮아졌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그는 “일본이 과거 좀비기업에 관용적으로 대출해줬을 때 일본 전체 생산성은 하락했다”며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각 분야의 경쟁력을 높이고 과감한 구조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참석자들은 입을 모았다. 유 부총리는 “강도 높은 구조개혁을 통해 경제체질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관호 고려대 교수는 “중국이 경쟁상대로 떠오르며 한국 수출에 타격을 주고 있다”며 “기술 우위를 확실하게 확보하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