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민의 데스크 시각] 4차 산업혁명은 수학혁명이다

입력 2017-02-12 17:48  

윤성민 IT과학부장 smyoon@hankyung.com


현재 상영 중인 디즈니 애니메이션 ‘모아나’와 작년 히트작 ‘겨울왕국’은 컴퓨터 그래픽(CG)이 볼거리다. 겨울왕국에서 눈이 중요한 소재였다면, 모아나에서는 현란한 물의 움직임으로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관객들은 즐겁게 영화를 보지만, CG로 가장 표현하기 힘든 분야가 물이나 눈 등 점성을 지닌 유체의 운동이다. 두 영화 모두 미국 UCLA의 수학과 교수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수학방정식 중 하나로 꼽히는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을 활용해 CG 작업을 맡았다.

학창시절, 우리를 괴롭히며 ‘울렁증’마저 갖게 했던 수학이 생활 속 깊숙이 들어와 있다. 미국 금융회사는 항공우주국(NASA)의 수학자들을 영입해 상품 설계를 맡기고 있고, 석유탐사, 상권분석, 감염병·자연재해 예측에도 수학적 알고리즘이 적용되고 있다.

디지털사회 초석 놓은 수학자들

현대 정보·디지털 사회의 토대는 수학자들이 닦아 놓은 것이다. 미국 벨연구소의 연구원이었던 수학자 클로드 섀넌은 1948년 ‘통신의 수학적 이론’이라는 논문에서 ‘비트(bit)’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해 ‘디지털의 아버지’가 됐다. 컴퓨터 과학은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의 실존 인물로 인공지능(AI) 개념의 효시가 된 앨런 튜링과 그의 스승 폰 노이만 등 두 천재 수학자가 길을 열어 놨다.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창업자,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스티브 발머 전 MS 최고경영자(CEO) 등도 모두 수학도다.

수학은 현상 속에 숨겨진 패턴을 찾아서 이를 공식이라는 고도로 함축적인 언어로 표현하는 학문이다. 반복적이지만 감춰진 패턴을 발견하는데 상상력과 창의력이, 이를 수학적 언어로 전달하는 과정에서 논리적 사고체계가 길러진다. AI, 자율주행자동차,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키워드들의 근간에도 수학적 원리가 자리잡고 있다.

한국은 세계 11위 수준의 수학 실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국제 수학올림피아드 입상자들이 의대로 진학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대학에서 수학을 공부하자니 앞길이 순탄해 보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에서는 2014년 수학자가 최고의 직업 1위에 뽑혔고, 그 뒤에도 수학 관련 직업이 톱5에 들고 있다. 여기에는 브레이크스루상(Breakthrough Prize)과 같은 사회적 이벤트도 한몫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원동력 STEMIT

마크 저커버그 부부, 세르게이 브린 등이 거액을 출연해 ‘실리콘밸리 노벨상’으로 불리는 브레이크스루상은 노벨상보다 세 배나 많은 300만달러씩의 상금이 주어진다. 생명과학, 물리학과 함께 노벨상에는 없는 수학상이 있다. 중고등학생과 차세대 수학·물리학자들을 대상으로 한 시상을 포함해 총상금이 2500만달러에 이른다.

미국 역대 대통령 중 과학기술 교육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인 사람 중 한 명인 오바마 대통령 시절, 미국 교육계의 유행어는 STEM이었다. 과학, 기술, 공학, 수학 교육의 약자로 국가의 ‘줄기’를 세운다는 중의적 의미가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차기 정부 국정 운영의 큰 줄기 중 하나도 기초과학 교육과 투자이어야 한다. 삼성, SK, 네이버 같은 국내 대표적인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한국판 브레이크스루상’으로 기초과학 붐 조성을 거들어주면 그 효과는 훨씬 커질 것이다. 초등학생들의 장래희망이 부동산임대업인 나라에서는 미래가 없다.

윤성민 IT과학부장 sm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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