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NSC 열고 강력대응 의지
김관진-플린, 전화로 공조 확인
[ 정태웅/장진모 기자 ] 북한이 12일 발사한 미사일은 그간 줄기차게 위협해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아닌 것으로 군당국은 분석하고 있다. 사거리 3000~4000㎞인 무수단미사일을 기존 액체연료가 아니라 고체연료로 발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새로 출범한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의 극단적인 대결보다는 ‘잽’을 날리면서 미국을 떠보려는 의도라는 게 안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탄핵 정국과 미국 대선 국면에서 잠잠하던 북한이 미사일 도발에 나선 것은 지난해 10월20일 무수단미사일 8차 발사 실패 이후 114일 만이다. 군 관계자는 “내부 결속을 다지는 동시에 미국의 의중을 떠보려는 의도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북한 내부적으로는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생일(2월16일)을 앞두고 미사일 능력을 과시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지도력을 부각하고 체제 결속을 도모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대외적인 목적이 큰 것으로 안보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미국 신행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을 탐색하는 동시에 국제사회에 대북제재 무용론을 확산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북한은 버락 오바마 2기 행정부 때인 2013년 2월12일 제3차 핵실험을 감행하는 등 그동안 미국 대통령이 새로운 임기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습관적으로 도발해왔다. 이번에 ICBM 카드를 쓰지 않은 것도 낮은 수준의 도발로 트럼프 행정부를 시험해보려는 의도로 평가된다.
군은 또 북한이 그동안 사용한 액체연료가 아니라 고체연료를 이용해 발사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액체연료는 미사일을 미리 발사 위치에 세워놓고 주입해야 하지만 고체연료는 격납고에서 미리 주입했다가 언제든 이동해 발사할 수 있어 은밀성이 더 뛰어나다. 군 일각에서는 북한이 신형 ICBM 엔진을 장착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데, 이 또한 북한이 미국에 ICBM 능력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우리 정부는 긴박하게 움직였다. 정부는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을 비롯해 청와대 비서실장, 외교·통일·국방장관, 국가정보원장 등이 참석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강력 대응 의지를 밝혔다. 외교부와 국방부는 “핵 망상을 버리지 않으면 자멸할 것”이라고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김 실장은 마이클 플린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전화통화를 하고 한·미 간 긴밀히 공조하면서 북한의 도발 억제를 위해 가능한 모든 방안을 모색해나가기로 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