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층서 불지피는 '황교안 대망론'…황의 권력 의지에 달렸다

입력 2017-02-12 18:52  

2017 대선 게임 체인저 - '지지율 급등'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고교때 학도호국단 연대장…검사땐 '미스터 국보법'
반기문 퇴장후 '보수 대안' 부상…지지율 15%대 진입

'샤이 보수' 많아 확장 여력…출마 비판 여론은 '걸림돌'



[ 홍영식 기자 ] “지금 길이 막혀 있어요.” “(뒷걸음치는 기자들에게) 문 조심하세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최근 국회에 올 때마다 대선 출마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 이런 ‘의미 있는’ 선문답을 하곤 했다. 황 대행의 답변만 보면 정치 고수 반열에 올랐다는 평이 나온다.

그의 답엔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NCND’ 차원을 넘어 중의적인 뜻이 담겨 있다는 분석이 많다. 여권에 대선 길을 터 달라는 뜻과 함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내가 쫓고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보수에선 그가 길을 뚫어 ‘총리 출신 대선 실패’ 고리를 끊기를 기대하지만 한계도 만만찮다.

◆고교 시절, 신중한 성격·목소리 우렁차

황 대행의 부모는 6·25전쟁 때 황해도에서 월남해 고물상 등을 하며 자식들을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황 대행은 1957년 서울 서계동에서 태어나 봉래초등학교와 광성중학교를 다녔다. 누나 황연옥 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황 대행에 대해 “막내라도 어릴 때부터 점잖았다”고 했다.

황 대행은 경기고 재학 때 학도호국단 연대장(학생대표)을 했다. 이종걸 민주당 의원과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고승덕 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의원 등이 동기동창이다. 이들은 12일 “황 대행이 고교 시절 신중한 성격에 리더십이 있었고, 목소리가 우렁차 연대장 역할에 어울렸다”고 말했다.

재수 끝에 1977년 서울대 입학시험에 떨어져 후기인 성균관대 법학과에 들어갔다. 1981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30년 가까이 검찰에 재직했다. 대학 졸업 뒤 야간 신학대학을 다닌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미스터 국보법…대표적 공안통

새해 들어 황 대행의 지지율이 급상승하고 있다. 일부 조사에선 10%대 중반을 넘어섰다. 보수층 지지율 급등이 큰 동력이다.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지난달 10~12일 조사 때 새누리당 지지자들의 황 대행 지지율은 21%였으나 지난 7~9일 조사에선 57%로 껑충 뛰었다.

그는 보수세력이 좋아할 만한 장점을 갖고 있다. 검사 시절 국가보안법 해설서를 써 ‘미스터(Mr.) 국보법’이라고 불릴 정도로 대표적인 ‘공안통’이다. 김현희 KAL기 폭파, 임수경 밀입북, 국가정보원 불법 도청 등 굵직한 공안 사건을 수사했다. 법무부 장관 때인 2013년 9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등이 ‘RO(지하혁명조직) 사건’으로 구속되자 헌법재판소에 통진당 해산 심판을 청구했고, 관철시켰다.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등이 ‘황교안 대망론’을 띄우는 배경이다.

보수를 대변할 뚜렷한 여권 후보가 보이지 않고 있는 것도 황 대행에겐 기회다. 총리와 대통령 권한대행 경험이 대통령으로서 국정 운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한 새누리당 의원은 “황 대행이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의원들의 공세에 강단 있는 모습을 보여준 것도 긍정적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총리·법무부 장관 후보 인사청문회를 통해 도덕성을 검증받은 것도 강점이다.

관건은 황 대행이 권력 의지가 있는가다. 총리실 전 간부는 “대권 도전 여부에 대한 직원들의 질문에 황 대행이 ‘미래의 일은 알 수 없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을 보면 생각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황 대행과 사시 동기인 한 검찰 출신 인사는 “노무현 정부 시절 잇달아 검사장 승진에 실패했으나 참아낸 것을 보면 끈기가 대단하다”고 말했다.

◆출마 땐 탄핵 책임론 등 장애물

대선 출마 땐 보수 성향 유권자가 표심을 잘 드러내지 않는 이른바 ‘샤이 보수’가 적지 않은 만큼 확장성이 있다는 견해가 있으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권한대행이 대선에 뛰어드는 데 대한 비판적 여론, 탄핵 공동 책임론, 만성 두드러기로 인한 병역 면제, 구제역 및 조류인플루엔자(AI) 초기 방역 실패 지적 등이 황 대행의 대선 가도에 놓인 장애물이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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