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단양 '씨돼지 농장'도 2~3중 소독 방어막 가동
[ 노정동 기자 ] 소·돼지 전염병인 구제역 발생에 축산농가들이 긴장하고 있다. 특히 종우(種牛)·종돈(種豚)을 관리하는 업체들은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종우·종돈은 정자 제공을 목적으로 기르는 초우량 품종의 씨수소와 씨수퇘지를 뜻한다.
정부가 1982년 충남 서산에 설립한 국내 유일의 한우개량사업소(농협중앙회 위탁 운영)는 ‘고립 작전’을 쓰고 있다. 인근 충북과 전북 지역에서 구제역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13일 한우개량사업소에 따르면 지난 주말 이곳에 있는 2800여마리에 대한 구제역 추가 백신 접종이 끝났다. 보통 한우농가는 6개월에 한 번씩 접종하지만 한우개량사업소는 4개월에 한 번 한다. 추가 항체 검사도 6개월에 한 번씩 한다.
사업소 입구에 설치된 터널식 분사기를 통해 모든 출입 차량을 소독한다. 사업소 내 우사와 우사 주변은 정교한 초미립자살포기(ULV)로 소독작업을 하고 있다. 사업소 외부 농장에는 광역살포기를 쓴다. 개량사업소 인근 농가에서 발생할지 모르는 구제역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직원들은 출근과 동시에 소독조를 통과한다. 탈의실부터 샤워실까지 공간을 모두 분리해 놨다. 허용된 인원을 제외하곤 우사와 우사 간 이동할 수 있는 직원도 제한했다.
인공수정용 냉동정자를 기증하는 종우의 경우 266마리(후보 씨수소 포함)가 이곳에서 관리되고 있다. 이 가운데 72마리의 ‘보증 씨수소’(검증이 끝난 소)는 마리당 평균 20억원의 가치로 평가받는다. 전국에 있는 한우 암소의 97~98%인 130여만마리가 이곳의 종우 72마리로부터 냉동정자를 받아 간다.
한우개량사업소는 구제역 청정지대다. 단 한 번도 가축 전염병에 뚫리지 않았다. 임연수 한우개량사업소 가축병원장은 “이곳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우량 한우 유전자 보전과 개량 등의 일을 하는 곳”이라며 “역할이 큰 만큼 전 직원이 방역 강화에 매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돼지고기 가공업체 선진은 충북 단양에 운영 중인 씨수퇘지 농장에 이중 삼중의 소독 방어막을 쳐 놨다. 농장 직원의 출퇴근을 금지시키고 농장 근처 별도의 사택에서 상주 근무토록 하고 있다. 구제역 확진 판정을 잇따라 받은 소와 달리 돼지는 아직 피해가 전국으로 퍼진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소에 비해 구제역 전파력이 100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농장 직원들은 긴장하고 있다.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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