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윤의 '중국과 中國' (13) 충성-1] 중국서 '충(忠)'의 대상은 조직 아닌 개인

입력 2017-02-13 18:23   수정 2017-07-18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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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윤 < 한국콜마 고문 >


우리나라는 충성의 대상이 대부분 국가나 회사 등 조직인 경우가 많다. 특히 조직에서는 개인에 대한 것을 충성이라 하기는 다소 거북하다(굳이 말하자면, 의리 정도가 아닌 듯 싶다). 경영학에서는 특정 제품 또는 회사에 대한 고객의 감정을 지칭하기도 한다. 충성의 개념은 문화나 분야에 따라 다소 다른 듯하다.

필자의 학위 논문은 중국 내 외자기업의 ‘조직 충성’에 관한 것이었다. 논문 심사 교수님들의 지적이 있었다. 첫 질문이 바로 “중국에는 조직에 대한 충성이 있던 적이 없는데, 무엇을 말하려느냐?”였다. 바로 ‘중국의 충성 개념은 조직에 관한 것이 아니라, 개인에 대한 개념이다’라는 지적이었다.

중국 고전에 충(忠)에 관한 다양한 해석이 있다. ‘상대방을 존중하는 것, 마음을 다하는 것, 마음에 부합하는 것(忠者,敬也,盡心也,中心也<설문해자>)’, ‘그 마음을 다하는 것, 속이지 않는 것(忠內盡其心而,不欺也 <좌씨춘추>)’, ‘환난에 닥쳐서, 나라를 잊지 않는 것(臨患不忘國,忠也 <논어. 학이>)’, ‘임금은 신하를 예로 다스리고, 신하는 임금을 충으로 섬긴다(君使臣以禮,臣事君以忠 <논어. 학이>)’ 등이다. 즉 ‘충’은 ‘성실’이며, ‘마음과 힘을 다하는 것’이다. 당연히 중국 고대에는 회사라는 조직 개념이 없었지만, 현재에도 중국에서 자본주의 개념의 회사, 특히 회사라는 조직과 그 충성의 개념은 ‘아직 형성 중’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요점을 말하자면, 우리나라 기업이 강조하는 ‘조직 충성’ 개념은 중국에선 아직 매우 박약하다.

어설프지만 언어학의 기표(시니피앙)와 기의(시니피에) 관계로도 충을 살펴보자. 우리는 언어를 통해서 사고하는데, 언어의 형식이 기표고, 기의는 그 형식을 통해 부여되는 의미다. 그러다 보니 “기표가 기의를 지배한다. 기의는 기표로서만 존재할 수 있다. 우리의 정신을 지배하는 것은 기표다”라고 얘기들 한다. 그렇다면 같은 ‘충(忠)’이라는 문자(기표, 즉 형식)를 쓴다고 해서, 똑같이 사고한다고 할 수 있을까. 중국(인)과의 교류에서, 필자가 늘 염려하는 부분은 ‘중국을 몰라서’보다는 오히려 ‘중국을 안다고 여기는 착각’이다. 같은 문자를 쓴다고 해서, 그 문화를 잘 안다고 여기는 착각을 경계해야 한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오 필승! 코리아’의 함성은 언제나 귀에 선하다. 중국인들은 응원할 때 ‘中國必勝(중국, 필승해라!)’이라고 한다. 반드시! 왜냐하면 우리식으로 ‘필승 중국(必勝中國)’이라고 하면 “반드시 중국을 이겨라!”가 되어서, 상대팀을 응원하는 꼴이 된다.

우스개로 말한다면, 만약 중국과 우리나라가 시합할 때, 큰 함성으로 ‘필승 코리아’를 외치면 중국팀 선수들이 어리둥절하면서 매우 반가워할지도 모른다. “반드시 한국을 이겨라”라고 해석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자 자체(忠)에 대한 이해도 다소 다를 수 있고, 비록 각 글자의 뜻은 같아도 ‘어순’에 따라서 정반대 의미를 지닐 수 있다. 같은 한자를 사용한다고 해도 불통 또는 왜곡의 가능성이 늘 존재한다.

우리나라 기업의 경쟁력을 꼽을 때 연구개발, 디자인, 제조, 마케팅 등을 들 수 있다. 필자가 느끼는 핵심 경쟁력은 종업원들의 ‘강한 충성’이다. 회사의 이익을 위해서 심지어 가정과 개인을 희생하는 이들이야말로 우리나라 기업 조직의 모범이며, 전형이다. 다소 희박해지는 경향은 있지만, 아직도 우리나라 기업은 분명 ‘강한 조직 충성’이 그 특징이다. 그래서 중국 기업가들은 “나는 한국 회사의 충성문화가 부럽다”고 하는데, 사실은 그런 ‘충성스러운 종업원’을 갖고 있는 한국 회사를 부러워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이 직원들의 근면성과 강한 조직 충성을 강조하고 보유하게 된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이런 조직문화를 중국에 그대로 이식하려는 시도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개인에 대한 충성이 강하고, 조직에 대한 충성 개념이 희박한 중국에서는 자칫 (조직의 입장에서 보면) ‘충’이 자칫 ‘불충’으로 통할 수 있다. 충효는 둘 다 잘하기 어렵다(忠孝難兩全). 문제는 충, 즉 조직 또는 ‘공(公)’과 효, 개인 또는 사(私)가 부딪히는 경우다. 다수의 중국인은 이럴 때 후자를 선택한다. 개인 이익과 회사의 이익이 부딪힐 경우, 중국인은 자신 또는 자신의 친구들, 소(小)집단의 이익이 회사의 이익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중국식 ‘충’의 문화를 알아야 한다. 다음편에서는 그 특징(또는 폐단)에 대해서 소개해 보겠다.

류재윤 < 한국콜마 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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