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이 효자…기업 '신용 위험' 크게 줄었다

입력 2017-02-13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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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위험 지표' 신용 스프레드, 5개월 만에 최저

신용등급 하락 기업 비율 4년 만에 한 자릿수로
기관, 회사채 투자에 적극적…수요예측서 뭉칫돈 몰리기도
비우량채는 여전히 고전



[ 김진성 / 서기열 기자 ]
지난해 국내 주요 기업의 실적이 좋아진 것으로 확인되면서 ‘신용 위험’(부도 가능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도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의 신용 위험이 반영되는 ‘신용 스프레드’(3년 만기 AA- 회사채와 국고채 금리 격차)가 5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져서다.

◆실적개선에 우량 회사채 금리 하락

1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일 우량등급인 AA- 회사채(3년 만기 기준)의 평균 금리는 연 2.042%로 국고채 3년물(연 1.673%)보다 0.369%포인트 높았다. 이는 작년 9월22일(0.368%포인트)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신용 스프레드가 축소됐다는 것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회사채 가격이 국고채보다 더 많이 올랐다는 의미다. 신용위험이 거의 없는 국고채와 비교했을 때 우량 회사채의 부도 위험이 낮아졌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실제 AA- 회사채 금리는 지난해 11월24일 연 2.331%에서 3개월 만에 0.3%포인트 가까이 하락했다. 업계에서는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된 게 회사채 금리 하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세 곳 이상의 추정치가 있는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 328곳의 작년 영업이익은 144조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7.4% 증가했다. 영업이익이 1조원이 넘는 기업 수도 38곳으로 전년보다 10곳 늘었다.

◆신용등급 추락 멈추나

신용 스프레드가 떨어지면서 지난 2~3년간 계속된 ‘신용등급 추락’ 움직임도 멈출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다. 한국신용평가가 지난해 신용등급을 강등한 기업 수는 27곳(전체 평가대상 기업의 7.56%)으로, 2015년(14.58%)의 절반에 그쳤다. 신용등급 하락 기업 비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진 것은 2012년 이후 4년 만이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작년 기업 실적 개선 수준이 예상을 뛰어넘었고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도 2.7%로 우려했던 것보다 좋았다”며 “기업들의 신용 위험이 줄어든 만큼 올해 신용등급 하락 움직임이 멈출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점을 반영해 기관투자가들이 국내 회사채 투자를 늘리고 있다. 지난 1월 회사채 평균 수요예측 경쟁률은 월평균 최고치인 1 대 3.56을 기록했다. 이달 들어 10일까지 수요예측을 한 10개 기업의 평균 수요예측 경쟁률은 이보다 더 높은 1 대 3.97까지 치솟았다.

실적이 개선된 몇몇 기업은 성공적인 수요예측에 힘입어 채권 발행금리를 큰 폭으로 낮췄다. 한솔케미칼은 수요예측 때 모집금액보다 2.9배 많은 투자금이 몰리면서 지난달 희망 금리보다 0.31%포인트 낮은 금리로 회사채를 발행했다. 한화케미칼은 수요예측 역대 최고치인 12.7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지난 6일 희망금리 대비 0.52%포인트 낮게 채권을 발행했다. 한솔케미칼의 작년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69.3%, 한화케미칼(3분기 누적기준)은 153.7% 증가했다.

◆비우량채는 여전히 부진

우량 회사채가 날개를 단 것과 달리 비우량 회사채는 여전히 고전하고 있다. 신용 등급전망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거나 현재 진행하는 사업이 불확실한 기업은 회사채를 통해 자금을 모으는 데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신증권 자회사인 부실채권 투자사 대신에프앤아이(A+, 부정적)는 최근 2년 만기 회사채 800억원어치 발행을 위해 수요예측을 했지만 단 한 건의 매수주문도 들어오지 않았다. 올 들어 첫 전액 미매각 사례가 됐다. 지난달에는 중견 건설사 한라(BBB, 안정적)가 1년 만기 회사채 500억원어치 모집에 나섰으나 50억원어치밖에 들어오지 않았다. IB업계 관계자는 “A급 이하이거나 사업 불확실성이 큰 기업의 회사채는 수요를 끌어모으기 힘든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진성/서기열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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