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경묵 기자 ] 창업한 지 40년 된 대구 토종기업 보국전자(대표 이완수). 전기담요와 선풍기, 제습기 등을 생산하는 우수 중소기업이었지만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졌다. 하지만 2010년 스타기업으로 선정되면서 전열침구분야 국내 점유율 1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스타기업 육성사업으로 전략적인 마케팅 활동을 벌인 효과를 톡톡히 본 결과다. 보국전자는 올해부터 벤처기업인 반디(대표 이지훈)와 새로운 협력을 시작했다. 반디가 가진 핵심기술로 개발한 캠핑용 LED(발광다이오드) 랜턴을 보국전자 유통망으로 판매하는 협력이다. 보국전자는 제품 종류를 다변화할 수 있게 됐고, 반디는 보국전기의 2000여개 유통망을 활용해 마케팅 고민 없이 판로를 개척한 것이다.
대구시와 대구테크노파크의 중견기업 육성 프로젝트인 ‘스타기업’ 육성정책이 협업과 혁신의 ‘협치경제’ 성공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중소기업 간 수평적 협력을 통해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을 강소기업으로 육성하는 새로운 접근이다. 대기업에만 의존하던 과거와는 다른 성장 방식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대기업이 대규모 공장을 유치하는 것으로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다양한 신산업 분야에서 대기업 연구소나 중소·중견기업,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이 협력해 새로운 경제를 만들어 내는 것이 4차산업혁명 시대의 대구식 경제성장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시와 대구테크노파크는 올해 스타기업과 프리스타기업 또는 스타기업 간 협력을 본격화한다. 안경클리너 등 액세서리 분야에서 연 15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스타기업인 씨엠에이글로벌(대표 김영선)은 프리스타기업인 세컨드라운드와 보드용 스포츠고글 개발과 판매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안경부자재 단일품목 생산의 한계에서 벗어나고, 벤처기업인 세컨드라운드(대표 배정현)는 씨엠에이 글로벌의 해외 수출망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치킨 프랜차이즈와 전기이륜차 기업도 협력에 나섰다. 대구에서 출발한 치킨 브랜드인 땅땅치킨 프랜차이즈인 프랜푸드(대표 옥광세)는 전기이륜차 스타트업(신생스타기업)인 그린모빌리티(대표 오승호)와 협력한다. 프랜푸드는 친환경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가맹점의 배달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그린모빌리티는 제품의 시험테스트와 양산 시 초기 수요를 확보하면서 두 기업 모두 성장기반을 확보했다. 의료기업과 소프트웨어(SW)기업 간 협력도 나왔다. 임플란트 스타기업인 대구의 덴티스(대표 심기봉)는 스타트업인 어썸나인(대표 김태현)과 협력관계를 맺었다. 어썸나인은 치과용 온라인 예약 및 커뮤니티 기술을 덴티스의 영업 네트워크를 통해 공급할 계획이다. 덴티스도 어썸나인의 정보기술(IT) 서비스를 장착해 신규 사업 진출과 영업네트워크 확대 효과를 얻게 됐다.
중소기업이 99%인 대구의 경제 여건상 중견·중소기업 육성과 스타트업 육성은 대구경제의 중요한 현안이다. 2007년 시작된 우수기업 성장동력화 사업인 스타기업 육성사업은 많은 강소기업을 만들어냈다. 스타기업 신청 당시에는 중소기업이었지만 지속적인 성장을 통해 중견기업으로 진입한 기업이 티에이치엔, 아바코, 크레텍책임, 디젠, 에스엘, LS메카피온, SK테크 등 7개사다. 씨아이에스, 아진엑스텍 2개사는 코스닥에, 한국비엔씨는 코넥스에 진출했다. 중소기업청의 ‘월드클래스 300’ 기업을 대구에서만 25개 배출했다. 25개 가운데 17개는 스타기업에서 나왔다.
대구의 스타기업 육성정책은 경기 제주 울산 대전 광주 등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벤치마킹했다. 중소기업청의 글로벌 강소기업 ‘월드클래스 300’, IP 스타기업 등 정부 기관사업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권업 대구테크노파크원장은 “대구의 스타기업 육성이 중견·중소 벤처기업, 스타트업 등 단계별 중소기업 간 협력을 위한 플랫폼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며 “스타기업 육성뿐만 아니라 기업 간 협력을 통해 중견·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다양한 신산업 분야에 진출하는 창조 경제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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