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정 금융부 기자) 저(低)성장이 고착화하면서 국내 은행들이 경영 성과를 높이려면 이익 변동에 따라 판매관리비를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판매관리비용률(cost to income ratio, CIR)의 절대적인 수준이 아니라 CIR 변동 폭이 경영 성과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에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금융연구원은 영국 더 뱅커지(誌)가 선정한 글로벌 100대 은행의 최근 10년간 데이터를 활용해 CIR 증감이 경영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회귀분석 결과 은행의 CIR 증감 표준편차와 총자산이익률(ROA)·총주주수익률 등 경영 성과는 음(-)의 상관관계를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CIR 증감이 커질 때 경영 성과는 낮아진다는 의미다.
CIR을 계산할 때 분모는 은행의 이자이익과 비(非)이자이익의 합, 분자는 판매관리비다. 국내 은행은 글로벌 은행에 비해 CIR 증감이 큰 편이다. 판매관리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인건비를 이익 추세에 따라 조정하기 어려워서다.
국내 은행의 총이익은 2011년 47조7000억원을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판매관리비는 같은 기간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판매관리비 대비 인건비 비중은 2008~2010년엔 55% 안팎이었지만 2011년 이후 57~59%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10년간 국내 은행의 판매관리비와 인건비 연평균 증가율은 총이익 증가율보다 높게 나타났다. 2005~2015년 국내 은행의 총이익 연평균 증가율은 1.9%였다. 같은 기간 판매관리비 증가율은 4.4%, 인건비 증가율은 3.9%, 물건비 증가율은 5.2%로 조사됐다. 신한 국민 KEB하나 우리 등 국내 4대 은행만 봐도 판매관리비와 인건비 증가율이 총이익 증가율에 비해 2.5%포인트 이상 높았다.
이에 비해 글로벌 은행의 최근 10년간 총이익 연평균 증가율은 6%대로 판관비와 인건비 증가율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이번 분석을 진행한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CIR이 안정적인 은행일수록 경영 성과가 좋을 뿐 아니라 위기 발생 후 주가 회복 속도도 상대적으로 빠른 것으로 나왔다”며 “국내 은행이 글로벌 은행과 비교해 경쟁력을 갖추려면 분모인 총이익이 변할 때 분자인 판매관리비도 같이 유연하게 조정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은행들이 과거처럼 고(高)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총이익이 줄면 물건비를 줄이고 총이익에 비례해 성과급이 탄력적으로 결정되는 방식으로 인건비 구조가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앞으로 판매관리비의 핵심 구성 요소인 인건비를 어떻게 적절하게 통제하는지가 은행들의 핵심 전략 과제가 될 것”이라며 “지난해부터 은행들이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끝)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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