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인수 5년…최태원 SK회장은 여전히 배고프다

입력 2017-02-14 17:25   수정 2017-02-15 09:31

발로 뛰어라

현장 뛰는지 법인카드 내역 본다…CEO들 1대 1 면담하며 독려
선친 못다이룬 꿈 '반도체 애착'…최태원 머릿속 80%는 하이닉스
'파부침주' 외치며 내수 탈피, 글로벌 회사로 도약 강조



[ 주용석/김순신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계열사 사장들에게 ‘현장 중시’ 특명을 내리며 공격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 관계자는 14일 “최 회장이 지난해 12월 임원 인사 후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과 1 대 1 릴레이 면담을 갖고 자신의 경영 철학을 공유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 회장은 지난해부터 CEO들에게 ‘사무실에 있지 말고 나가서 사람 만나고 투자할 거리를 찾아오라’고 주문하고 있다”며 “CEO들이 현장을 뛰는지 법인카드 내역을 들여다보겠다고 할 정도”라고 전했다.

최 회장은 과거 별로 튀지 않는 오너였지만 요즘은 확 달라졌다. “변하지 않으면 돌연사할 수 있다” “지금이 전쟁이라면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혁신을 외치고 있다. 재계에선 최 회장이 전통 주력 사업인 에너지, 통신 외에 반도체를 핵심 성장동력으로 삼아 SK를 삼성 같은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지닌 것으로 보고 있다.

(1) 반도체 집념

최근 수년간 SK의 변화와 혁신 중심에는 반도체가 있다. 최 회장은 2012년 2월 하이닉스를 인수한 뒤 “요즘은 꿈도 반도체 꿈을 꾼다”고 할 만큼 반도체 사업에 강한 애착을 보였다. SK 관계자는 “최 회장 머릿속 생각의 80%는 하이닉스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라고 했다.

반도체는 최 회장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다. 우선 선친인 고(故) 최종현 회장이 못다 이룬 꿈이었다. SK는 선경 시절인 1978년 반도체 사업에 진출했다가 오일쇼크로 3년 만에 사업을 접었다. 최 회장은 하이닉스 인수를 통해 선친의 숙원을 풀었다.

반도체는 최 회장이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뤄낸 성과이기도 하다. 하이닉스 인수전 때 SK 내부에선 “자칫하면 우리가 망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많았다. 당시만 해도 하이닉스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회사였다.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막대한 투자비를 쏟아부어야 했다. 하지만 최 회장은 내부 반대를 무릅쓰고 하이닉스 인수를 밀어붙였고 결국 성공했다.

SK는 이후 반도체용 특수가스를 생산하는 OCI머티리얼즈(현 SK머티리얼즈), 반도체용 웨이퍼 업체 LG실트론을 인수한 데 이어 일본 도시바 지분 인수전에 뛰어드는 등 반도체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2) 삼성 추격

최 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개인적으로 친하다. SK와 삼성도 과거에는 다툴 일이 없었다. SK가 반도체 사업을 확장하면서 이런 관계가 미묘하게 달라졌다. 당장 SK하이닉스는 D램에서 삼성전자와 직접 경쟁 관계다. 약점인 낸드플래시 분야에서도 대규모 투자를 앞세워 삼성 추격에 나섰다.

최 회장은 삼성과 불편한 관계인 궈타이밍 대만 훙하이그룹 회장과도 가깝다. SK는 훙하이와 스마트공장, 물류 사업 등을 함께하고 있다. 훙하이는 SK그룹 지주사인 SK(주)의 4대주주로 지분 3.48%를 보유하고 있다.

그룹 위상이나 경영자로서의 연륜으로 볼 때 최 회장이 재계의 중심 역할을 할 수 있는 시기가 바로 지금이기도 하다. 최 회장은 57세로 70대인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보다는 어리지만 이 부회장(49)이나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47)보다는 10살가량 많다.

하지만 SK 관계자는 “최 회장은 삼성과 SK가 때로는 협력, 때로는 선의의 경쟁을 통해 한국 반도체산업의 위상을 높여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특허 공유 협정을 맺고 있는 게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3) 글로벌 지향

최 회장의 변화와 혁신 시도는 2010년 ‘파부침주(破釜沈舟: 밥 지을 솥을 깨고 돌아갈 배를 가라앉히다)’를 외치며 글로벌 사업을 강조할 때부터 시작됐다는 게 SK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내수 중심이던 SK를 글로벌 기업으로 바꿔야 한다는 게 최 회장의 주문이었다. SK가 하이닉스를 인수하고 해외 유수 기업과의 글로벌 제휴에 나서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 회장은 계열사 CEO들에게도 “글로벌 사업은 CEO가 직접 뛰라”고 주문하고 있다.

주용석/김순신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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