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개성공단 재개는 시기상조다

입력 2017-02-14 18:07  

"핵과 미사일 도발 그치지 않는 북한
개성공단은 北의 공식 달러창구
대북제재 국제공조 틀 깨선 안돼"

조영기 < 고려대 교수, 한선재단 선진통일연구회장 >



정부는 지난해 2월10일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한 달 전인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에 이은 2월 장거리미사일 발사 때문에 취한 고육지책이었다. 정부는 북한의 핵능력이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개성공단 가동을 지속한다는 것은 한반도의 긴장완화 해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한국의 공단가동 전면 중단 조치를 북한은 공단폐쇄로 대응하면서 북한 스스로 퇴로를 차단해버렸다.

공단폐쇄 이후 북한은 제5차 핵실험, 20여차례의 미사일 발사와 잠수함탄도미사일(SLBM) 발사에 이어 올해 신년사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가능성을 언급했다. 지난 12일에는 고체추진 이동식 중거리탄도미사일 ‘북극성-2’를 발사했다. 이처럼 북한은 핵위협의 수위를 높이는 데 주력해 왔지 공단 재개를 위해 변화된 어떤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공단가동 중단 1년이 되자 입주기업과 일부 정치인을 중심으로 공단가동 재개를 요구하고 있다. 입주기업비상대책위원회는 가동 중단으로 1조5000억원의 피해를 봤다며 피해보상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개성공단 입주기업 추정피해액 8152억원보다 2배 가까이 불어난 액수다. 정부는 이미 피해보상으로 5011억원을 지급했다. 이 같은 기업의 무한 배상요구는 공단의 높은 투자위험성을 무시한 잘못된 것이다. 또 공단중단 당시보다 악화된 현실을 외면한 채 정치인들까지 공단 즉각 재개와 피해액 전액보상을 들고나오는 것은 더욱 납득할 수 없다. 안보를 표로 연결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아닌가.

2005년 개성공단의 첫 기계소리는 햇볕정책이 낳은 산물이다. 햇볕정책은 남북한의 교류·협력을 강화해 남북긴장을 해소하고 북한의 변화를 추동해 통일의 길을 열어간다는 것이 핵심논리다. 햇볕정책은 교역을 통해 평화를 가져온다는 ‘(교역을 통한) 평화이론’에 근거하고 있다. 이 평화이론이 적용되기 위한 전제는 동일한 가치 또는 체제여야만 성공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가치와 체제가 다르고 극단적 대치상태가 지속되는 국가 간에는 평화이론이 착근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 개성공단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또 남북 대치상태에서 개성공단이 북한지역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북한은 배타적 행정권을 자의적·일방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졌다. 이 권한을 활용해 북한은 기업의 출입통제, 제품반출 금지 등과 같은 조치로 한국 정부와 기업을 관리·통제하는 수단으로 악용해 왔다.

지난해 북한의 두 차례에 걸친 핵실험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두 건의 대북제재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 결의안의 핵심은 북한으로의 외화유입을 차단, 북한을 국제규범을 준수하는 국가로 변화시키자는 것이다. 개성공단 가동에 따라 지금까지 임금명목으로 약 5억5000만달러가 북한으로 흘러들어갔다. 이 돈은 북한 지도부로 넘어가 통치자금으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통치자금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의 치적사업, 사치품 구입, 핵미사일 개발 등에 사용됐다. 개성공단이 평화의 공간이 아니라 핵위협의 공간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는 대목이다.

국제사회가 대북제재에 동의한 것은 국제공조를 통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다. 그런데 공단 가동 재개는 우리가 통치자금을 지원해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결국 우리 스스로 국제공조의 틀을 깨고 북한의 핵능력 강화에 협력하는 것이 된다. 한국은 북한 핵의 직접적 위협 대상이기 때문에 국제공조 체제를 유지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우리가 먼저 개성공단 재개 카드를 꺼내는 것은 국제공조의 틀을 깨는 신호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개성공단 재개는 시기상조임이 분명하다.

조영기 < 고려대 교수, 한선재단 선진통일연구회장 bellkey1@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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