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트 월, 장이머우와 맷 데이먼의 잘못된 만남

입력 2017-02-15 11:00   수정 2017-02-15 15:08


[ 오정민 기자 ] 올 상반기 기대작으로 손꼽히는 무협 판타지 액션 영화 '그레이트 월'이 15일 개봉했다.

거장인 장이머우 감독과 할리우드 톱스타 맷 데이먼의 합작, 1800억원 규모의 제작비로 일찍부터 기대를 모은 작품이다.

영화는 만리장성(그레이트 월)을 뜻하는 제목과 같이 세상을 지키는 장벽을 배경으로 윌리엄(맷 데이먼 분)이 60년마다 모습을 드러내는 괴생명체들과 벌이는 전쟁 이야기다. 화약을 찾아 미지의 땅으로 떠난 윌리엄은 괴생명체들으로부터 인류를 보호하는 최정예 특수부대 '네임리스 오더'에 합류하게 된다.

막대한 제작비를 쏟아부은 만큼 특수효과 전문 기업 WETA와 ILM이 구현한 장면들은 스케일이 크다. 만리장성에서 수많은 군사들과 상상의 산물인 괴수들이 싸우는 3D(3차원) 그래픽 장면은 박진감이 넘친다.

막강한 3D 기술로 무장한 화면과 달리 평이한 이야기 전개는 아쉽다. 중국 완다그룹이 레전더리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한 후 제작한 영화여서인지 중화사상이 묻어나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색채의 마법사'로 일컬어지는 장이머우 감독의 색을 찾기도 쉽지 않다. 전임 장군을 기리기 위한 천등 날리기, 수묵화 같은 안갯속 풍경 등 일부에서만 찾아볼 수 있을 따름이다.

'본' 시리즈로 얻은 인간 병기의 이미지를 이번 영화에서도 이어간 맷 데이먼은 갑옷에 갇힌 듯 평면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장기인 격투 액션보다 친구와 벌이는 말장난이 숨통을 터준다. 영웅 전설(Saga) 영화팬보다는 '미이라' 등 모험물을 좋아하는 관객에게 더 추천하는 영화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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