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재료·저온숙성 고수
호텔·병원·학교 등에 납품
김치 관련 특허만 25종
정선에 네 번째 공장 건설
[ 김정은 기자 ]
태어날 때부터 특이체질이어서 육류나 생선을 먹으면 소화를 제대로 시키지 못했다. 밥과 김치를 주로 먹다 보니 김장 맛이 좋은 해엔 살이 올랐다. 어머니와 할머니는 그를 위해 전국을 돌며 맛있는 김치를 배워 왔다. 김장하는 날은 그에겐 축제였다. 김순자 대표는 1986년 한성식품을 설립하고 김치 제조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처음에는 혼자 하루에 김치 15㎏을 담그는 가내 수공업 수준이었다. 지금은 하루 130t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연매출 550억원을 올리는 국내 주요 김치회사로 성장했다.
◆국산 재료와 ‘손맛’ 고집
한성식품 김치는 ‘맛이 변함없이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산 재료만을 사용하고 배즙, 무즙, 양파즙 등 ‘3즙’을 넣어 차별화된 깔끔한 맛을 내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천일염으로 하루 동안 배추를 절이고 최적의 온도에서 저온 숙성하는 등 전통 방식의 제조법을 고수한다”며 “대부분의 시판 김치는 시간이 지나면서 물러지는데 우리 김치는 익으면서 깊은 감칠맛이 난다”고 말했다.
회사 이름을 본격적으로 알린 것은 1988년 서울올림픽과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등 국제 행사에 김치를 납품하면서부터다. 이제는 특급호텔을 비롯해 대형병원 관공서 학교 백화점 대형마트 면세점 등 1만여곳에 공급한다. 그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우리가 만든 김치를 한 번쯤은 먹어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성식품은 포기김치 갓김치 백김치 등 100여종의 전통 김치를 비롯해 미니롤보쌈김치 깻잎양배추말이김치 미역김치 등 16종의 특허 김치를 생산한다. 김치 관련 특허만 25종에 달한다. 2004년 설립한 김치연구소는 고부가가치 상품 개발을 통해 김치의 고급화 및 차별화 전략에 주력하고 있다.
30여년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직접 김치를 담그다 보니 고운 외모와 달리 그의 손은 온갖 주름과 상처로 거칠다. “고무장갑을 끼면 김치가 숨쉬는 걸 손끝으로 느낄 수 없다”며 ‘손맛’을 고수하기 때문이다. 정부도 한 우물만 판 그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김치 신제품 개발 및 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국내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2002년 철탑산업훈장과 2008년 은탑산업훈장을 받았다. 2007년엔 대한민국 김치명인 1호로, 2012년엔 대한민국 식품명장으로 선정됐다.
◆부천에 김치테마파크
2012년엔 경기 부천시에 ‘김순자 명인 김치테마파크’를 열었다. 김치의 세계화를 위해 기획한 관광 테마파크다. 김치의 역사를 배운 뒤 김치를 직접 담가볼 수 있으며 5주짜리 전문가 과정도 운영한다. 김 대표는 “명장 및 명인으로서 김치 사업을 이어가기 위해 여덟 명의 후계자를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식생활의 간편화 및 외식 증가 추세로 포장김치 시장은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게 김 대표 판단이다. 그래서 강원 정선군에 김치공장을 짓고 있다. 부천시와 충남 서산시, 충북 진천군에 이은 네 번째 공장이다. 2018년에 정선 공장이 완공되면 품질 좋은 강원 고랭지 배추를 제때 공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는 해외 시장 개척에 주력할 계획이다. ‘한류 열풍’이 거센 중동을 본격적으로 개척하기 위해 2013년 할랄인증을 받았다. 김 대표는 “시장개척이 순조로우면 수출국이 26개국에서 33개국으로 늘어난다”며 “전 세계 미군부대에도 김치를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