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자도 1년 만에 5~6명 보강
인수금융분야 영업 확대 나서
[ 이고운 기자 ] ▶마켓인사이트 2월15일 오후 2시45분
한국투자증권이 인수금융의 자금운용한도(북·book)를 2000억원 늘린다. 증권사의 주요 사업으로 떠오른 인수금융에서 공격적으로 영업하겠다는 포석이다.
1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인수금융 북을 지난해(3500억원)보다 57% 확대한 5500억원으로 설정하기로 했다. 한투증권 자기자본(4조300억원)의 13.6%다. 올해 인수합병(M&A)이 활발해져 인수금융 수요가 늘어나면 북에도 추가 반영할 방침이다.
올 하반기 초대형 IB(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로서 본격 업무를 시작하면 인수금융에 더 힘을 싣는 안도 고려하고 있다. 초대형 IB는 발행어음을 통해 자기자본의 2배까지 자금을 조달, 인수금융 등에 활용할 수 있다. 한투증권에서 인수금융을 담당하고 있는 IB1본부 산하 기업융자부는 1년 전보다 5~6명을 충원하며 전열을 가다듬었다.
업계에서는 한투증권이 5500억원의 ‘실탄’을 바탕으로 영업 폭을 넓히면 인수금융 분야의 지각(순위) 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북이 커지면 주요 인수금융의 주관 자격을 따내는 데 유리해지고 수수료 수입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직접 투자하는 액수를 늘려 ‘플러스 알파’ 수익까지 추구할 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자본시장전문매체인 마켓인사이트의 집계 결과 지난해 한투증권은 2934억원(5건)을 주선, 인수금융 부문 10위에 올랐다. 국민은행 등 은행이 1~4위를 차지한 가운데 증권사 중에서는 하나금융투자(5위), KB증권(당시 현대증권·7위), NH투자증권(8위) 다음 순위다.
조양훈 한국투자증권 IB1본부 상무는 “인수금융은 투자자를 모집해 신디케이션을 구성하는 능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비슷한 구조의 IB 업무를 많이 수행해본 증권사들이 강점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들도 인수금융 북을 늘릴 계획이다. 초대형 IB 대열에 진입한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등도 올해 시장 상황과 발행어음으로 확보한 자금 규모를 북에 반영할 계획이다. 은행이 장악하던 인수금융 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든 증권사들이 점차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어 이런 분위기에 뒤처질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대우, KB증권, 삼성증권은 하나금융투자 출신 인력을 영입해 지난해부터 조직을 정비해왔다.
양현종 KB증권 인수금융부 상무는 “올해 증권사들이 인수금융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은행의 주 무대이자 저금리 안전자산인 선순위 대출에도 증권사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 인수금융
인수합병(M&A) 과정에 필요한 자금을 대출하는 업무. 2013년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제도가 도입되면서 증권사에도 허용됐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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