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개혁 입법" vs 여당 "보이콧"…대선 전초전 된 국회

입력 2017-02-15 18:52   수정 2017-02-16 05:05

상임위 곳곳 파행…2월 임시국회'빈손'되나

상법·방송법 개정안 놓고 대립…선거연령 18세·공수처 설치 이견
정무위 등 야당 의원들만 참석…기재위·외통위·국토위 개최 무산



[ 유승호 기자 ]
자유한국당이 15일 의사일정 전면 거부를 선언하면서 국회 상임위원회가 곳곳에서 파행을 겪었다. 여야가 선거연령 18세 하향 조정,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상법 개정안, 방송법 개정안 등을 놓고 대립하는 가운데 야당이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삼성 등에 대한 청문회 개최를 단독 의결하면서 갈등이 폭발했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와 대선을 앞두고 정국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힘겨루기 성격도 있어 갈등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국방위원회와 정보위원회를 제외한 상임위 활동은 중단한다는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야당은 역사교과서 폐기 촉구 결의안과 삼성 MBC 이랜드파크에 대한 청문회 개최안을 날치기로 통과시키고 방송장악법을 일방적으로 통과시키려 했다”고 비판했다. 환노위가 지난 13일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근로자 백혈병 피해와 MBC 노조 탄압, 이랜드파크 부당 노동 행위에 대한 청문회를 한국당과 바른정당 의원들이 퇴장한 채 의결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정치권에선 ‘소수 여당’이 취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을 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121석) 국민의당(38석) 바른정당(32석)이 합의하면 한국당(94석)이 반대하는 법안도 국회선진화법상 180명이 동의해야 하는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해 처리할 수 있다. 한국당은 재적의원 3분의 1(100석)에도 못 미쳐 소수당이 다수당의 법안 처리를 막는 수단인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도 신청할 수 없다. 김선동 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는 “협치 관행을 정착시키지 못하면 20대 국회 내내 야당에 일방적으로 밀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당이 의사일정을 보이콧하면서 각 상임위는 파행을 빚었다. 법제사법위원회 정무위원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야당 의원들만 참석한 채 진행됐고 기획재정위원회 외교통일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는 개최가 무산됐다. 환노위 법안소위는 한국당 의원들이 불참한 채 개의했다 곧바로 끝났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안이 벙벙하다”며 “상임위를 올스톱하는 것은 의회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폭거”라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는 “환노위 의결에 불만이 있으면 환노위에서 해결해야지 모든 의사일정을 보이콧하는 것은 집권 여당답지 못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김관영 국민의당 수석부대표는 “환노위가 원만하게 열리지 못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면서도 “한국당과 바른정당도 협치 정신에 입각해 일을 처리해 달라”고 주문했다. 바른정당은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환노위 날치기 처리는 협치에 역행하는 행위”라고 비난했지만 의사 일정을 거부하지는 않았다.

한국당은 의사일정 복귀와 관련해 야당과 협의한다는 방침이지만 여야 간 쟁점 법안의 2월 임시국회(3월2일까지) 처리는 더욱 불투명해졌다는 관측이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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