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셉션' 비교에 대처하는 '루시드 드림' 감독의 패기

입력 2017-02-15 20:03   수정 2017-02-15 20:20

자각몽 소재로 한 영화 '루시드 드림'
고수 "부성애 감정 전달하는 것이 숙제"




한국판 '인셉션'이라고 불렸던 영화가 베일을 벗었다. 고수, 설경구 주연의 신작 '루시드 드림'(김준성 감독)이다.

'루시드 드림'은 납치된 아들 민우를 찾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기자 대호가 우연히 루시드 드림, 즉 자각몽(스스로 자각한 채 꿈을 꾸는 현상)에 대해 알게 되고, 꿈속으로 들어가 현실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범인을 추적하는 이야기다.

고수는 대호 역을 맡아 눈물을 훔치게 만드는 가슴 절절한 부성애 연기를 했다. 설경구는 이전과는 다른 힘을 뺀 연기로 대호를 돕는 베테랑 형사 방섭으로 분했다.

이 영화는 국내 최초로 '자각몽'을 소재로 만들어진 영화다. 때문에 2010년 개봉됐던 할리우드 영화 '인셉션'과 비교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연출을 맡은 김준성 감독은 15일 서울 성동구 CGV 왕십리에서 열린 '루시드 드림' 언론시사회에서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신경 쓰였던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김 감독은 "'인셉션'을 따라 했다고 생각하지 말아달라"면서 "그 영화가 소재를 선점했다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영화는 '인셉션'보다 한국적이고 대중적이다. 김 감독은 "꿈이라는 소재를 쉽게 접할 수 있게 써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인셉션'과 같은 큰 비주얼을 우리 영화의 예산으로 보일 수는 없었다. '소스코드'(2011)나 '더 셀'(2000)과 같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작품들을 참고했다"라고 덧붙였다.


'루시드 드림'에는 자각몽 외에도 '공유몽'이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이는 여러 사람이 동시에 하나의 꿈을 꾸는 이론을 뜻한다. 한 마디로 남의 꿈을 해킹하는 것.

영화에는 공유몽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디스맨'이라는 캐릭터가 나온다. 연기는 박유천이 맡았다.

김준성 감독은 "박유천이 연기한 디스맨은 영화의 중요한 매개체라고 생각한다"라며 "연기를 잘 해줬기 때문에 영화에 잘 녹아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디스맨이라는 캐릭터를 이야기에 넣은 까닭으로는 "일각에서는 어떤 회사의 마케팅 일환이라고도 하는데 꿈을 연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화제가 됐던 인물"이라면서 "영화에 디스맨이 나온다면 루시드 드림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반가워할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대호 역의 고수는 강한 신념을 가진 기자부터 평범한 가장, 아들을 잃어버린 후 애타는 부정의 모습까지 열연했다. 특히 그는 아들 납치 전후의 변화를 표현하기 위해 단기간에 10kg을 증량, 감량하기도 했다.

고수는 "대호의 절박한 감정이 관객에게 전달되도록 하는 것이 숙제였다"면서 "아들을 찾겠다는 믿음에서 나온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를 잃은 아빠이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힘이 많이 들었다"면서 "후반부에 설경구에게 참 많이 맞는데 액션신에서는 죽고 싶었을 정도"라고 밝혔다.

설경구는 "영화를 보기 전에는 어떻게 촬영했는지 잊고 있었다"라면서 "중반 이후부터 몰입했다. 고수는 후반부터 많이 울더라"라고 폭로했다.

대호를 자각몽의 세계로 인도하는 정신과 의사 소현 역을 맡은 강혜정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남자에게 티슈를 줘 봤다"면서 "결과적으로 김준성 감독이 몰입할 수 있도록 영화를 잘 만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루시드 드림'은 '인셉션' 아류작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한국 스릴러 장르의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는 22일 개봉.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사진=최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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