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주공은 담당은행 못 찾아
일부 조합원, 전세대출 받기도
[ 김보형 기자 ] 금융권의 집단대출 옥죄기가 중도금·잔금 대출에 이어 재건축·재개발 조합원 이주비 대출로 확산되고 있다. 이주비 대출이 늦어지면 이주와 철거 등 정비사업 자체가 지연될 수밖에 없다.
오는 5월부터 재건축에 따른 이주에 들어갈 예정인 서울 둔촌동 둔촌주공 아파트는 조합원 이주비 대출 은행을 찾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단일 재건축 단지로는 국내 최대 규모(5930가구)인 이 단지는 재건축을 통해 미니신도시 수준인 1만1106가구의 새 아파트로 바뀐다.
교통과 교육 등 주거여건이 좋은 데다 현대건설과 현대산업개발, 대우건설, 롯데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이 시공을 맡아 새 아파트 분양에 따른 사업성이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단지 규모가 워낙 큰 탓에 가구당 3억원가량인 이주비 대출 총액이 1조8000억원에 가까워 시중은행들은 이주비 대출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이주비 대출을 받더라도 연 4%에 가까운 높은 금리로 인해 조합원들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다음달까지 이주하는 서초동 서초 우성1차아파트 이주비 대출 금리는 연 3.78%로 책정됐다.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 계열사 사옥이 모인 서울 서초동 삼성타운과 가까워 실수요자는 물론 투자자들의 관심이 많은 지역이지만 연 3.45% 수준인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보다도 높은 금리를 물어야 한다.
이르면 3월 말부터 이주에 들어갈 예정인 인근의 서초동 무지개 재건축 조합도 최근 이주비 대출을 협의 중인 은행으로부터 연 3% 후반대 금리를 제시받았다. 금융권은 조합원이 한꺼번에 대출을 받는 이주비 대출은 새 아파트 중도금·잔금대출과 같은 집단대출인 만큼 과거보다 깐깐한 심사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재건축 이주를 준비 중인 서울 서초동의 한 재건축 아파트 조합 임원은 “조합 소유의 토지가 있고 미분양을 걱정할 지역도 아닌데 은행들이 규제를 핑계로 이주비 대출 금리만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조합원들은 이주비 대출을 포기하고 전셋집을 얻어 전세자금 대출을 받는 방식으로 이삿짐을 싸고 있다. 전세자금 대출 금리가 연 3% 초반으로 연 3% 중후반 수준인 이주비 대출 금리보다 낮아서다. 의사나 변호사 등 전문직에 종사하는 조합원은 아예 금리가 연 3% 초반 수준인 개인신용 대출을 받는다는 전언이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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