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속 검증된 제품 섞어
실패위험 줄이고 이목 끌기
유통·패션·뷰티 업종 안 가려
롯데제과, 세븐일레븐서 판매
요구르트맛젤리 성공사례
[ 노정동 기자 ]
식품업계에 협업 열풍이 거세다. 식품업체끼리는 물론이고, 식품업체와 유통업체, 패션뷰티업체까지 전방위적 협업이 이뤄지고 있다. 경기불황 속에서 신제품 대신 검증된 제품을 섞어 실패의 위험을 피하려는 업체 간 전략이 맞아떨어진 데 따른 것이다. 치열해진 경쟁 속에 소비자의 눈길을 끌 수 있는 것도 협업 증가의 이유로 꼽힌다.
◆먹는 것부터 바르는 것까지
한국야쿠르트는 16일 오리온과 함께 커피디저트 세트 2종을 내놨다. 한국야쿠르트가 작년 3월 출시한 ‘콜드브루 by 바빈스키’(이하 콜드브루)와 오리온이 만든 프리미엄 디저트(브라우니, 생크림치즈롤)를 합한 제품이다. 커피를 제외한 디저트 제조는 오리온이, 커피와 유통은 방문판매에 강점이 있는 한국야쿠르트가 맡기로 했다. 콜드브루와 함께 디저트를 즐기고 싶어 하는 소비자를 겨냥한 것이다.
김동주 한국야쿠르트 마케팅 이사는 “가성비 높은 제품을 소비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방법을 찾던 중 오리온과 전략이 맞아떨어져 제품을 출시하게 됐다”며 “앞으로 두 회사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다른 제품 출시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식품업체끼리 손잡고 제품을 출시하는 사례는 늘고 있다. 동원F&B는 작년에만 ‘자연&자연 동원골뱅이’(대상), ‘덴마크드링킹요구르트초록매실’(웅진식품) 등을 선보였다. 매일유업은 농심켈로그와 협업 제품인 ‘매일 바이오 콘푸로스트’를 내놨다. 각 회사의 대표 제품을 한 포장 안에 넣거나 맛을 섞어 새로운 맛을 내는 식이다.
식품업체가 유통업체나 패션뷰티업체와 제품을 내놓는 타업종과의 협업도 활발하다. 동원F&B는 팔도, 세븐일레븐과 힘을 합쳐 ‘동원참치라면’을, 커피원두전문업체 쟈뎅은 크라운제과, 세븐일레븐과 협업으로 ‘죠리퐁 까페라떼’를 판매하고 있다. 빙그레는 작년 11월 CJ올리브영에 ‘바나나맛우유’ 용기 모양을 제공하는 방법으로 사업 영역을 화장품 시장까지 넓혔고, 오리온은 이달 초 10~20대 소비층에 초코파이를 알리기 위해 패션 편집숍 비이커와 손잡고 초코파이 모양이 새겨진 티셔츠, 휴대폰케이스 등을 한정 판매했다.
◆‘요구르트맛’ 덕에 젤리 매출 4배
협업이 활발한 이유는 경기불황 속에서 기업이 성패 여부가 불확실한 신제품으로 모험을 거는 대신 이미 소비자에게 검증된 제품을 합쳐 신제품 효과와 함께 위험을 분산시키는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두 제품의 부족한 점을 서로 채워주거나(‘콜드브루·디저트’), 소비자 수요에 부응할 수 있다는 점도(‘동원참치라면’) 협업 제품이 갖는 장점이다. 동원F&B 관계자는 “각사의 대표 제품이 합쳐지면 브랜드 신뢰도 측면에서 소비자들이 더 관심을 갖는다”며 “실패할 가능성이 신제품보다 낮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롯데제과가 롯데푸드로부터 원료를 받아 세븐일레븐을 통해 판매한 요구르트맛젤리가 협업 제품의 대표 성공 사례다. 세븐일레븐은 작년 5월 나온 이 제품에 힘입어 작년 젤리류 판매액 증가율이 전년 대비 4배 이상 뛰었다.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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