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용품 KC인증 의무화
정부 "개선 방안 내놓을 것"
[ 오형주 기자 ]
“모든 규제법안은 개정 과정에서 규제 대상 집단이 누구고 부담이 얼마나 될지 반드시 분석해서 명시해야 합니다. 그런데 전기안전법 개정안 어디에서도 이 부분을 찾아볼 수 없어요.”(이혁우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한국규제학회 교육위원장)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가 16일 연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전안법) 개선을 위한 공청회’에서는 규제 영향 분석도 없이 성급하게 추진돼 논란을 일으킨 정부에 대한 성토가 쏟아졌다.
전안법은 전기용품에 적용되던 ‘전기용품 안전관리법’과 생활용품 등에 적용되던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을 통합한 법이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계기로 정부 입법으로 19대 국회 때 상정돼 작년 말 통과됐다. 쟁점법안이 아니었던 데다 개정 과정에서 특별히 반대 목소리도 없었다. 이후 유예기간 1년을 거쳐 지난달 28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그런데 올초 시행을 앞두고 갑자기 영세 의류상인과 병행수입업자, 온라인 판매업자 등을 중심으로 강한 반발이 터져 나왔다. 일부 온라인쇼핑몰 등이 판매자들에게까지 국가통합인증(KC인증) 서류 등을 요구하면서 전안법에 관련 규정이 새롭게 들어간 사실이 비로소 알려진 것이다.
개정 전안법에 따르면 기존 전기용품에만 적용되던 인증서 보유 규정이 의류 등 생활용품으로 확대됐다. 또 온라인 판매자들은 인증서 등 제품안전 정보를 의무적으로 게시하도록 했다. 소상공인들은 “3000원짜리 티셔츠의 검사비가 1000원이 든다”며 “옷 종류별로 수십만원씩 드는 인증비용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대 여론이 확산되자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지난달 생활용품 판매업자의 KC인증서 의무보유 시행을 1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공청회에서 박중현 소상공인연합회 전안법대책위원장은 “소상공인을 범법자로 모는 전안법은 시급히 개정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문은숙 소비자와함께 공동대표는 “KC인증이 없으면 소비자가 제품 안전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반박했다. 최준호 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은 “소상공인 의견 수렴은 필요하지만 안전관리 사각지대를 넓히는 방향으로 진행되선 곤란하다”고 했다.
정만기 산업부 1차관은 “전안법 개정 과정에서 업계 의견 수렴 등 진지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은 점은 인정한다”며 “여러 의견을 종합해 개선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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