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용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17일 발부되면서 법조계의 관심은 헌법재판소에 쏠렸다.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가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헌재 관계자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박 대통령 뇌물수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며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박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됐다는 건 법원이 이 부회장의 혐의를 어느 정도 인정한 것”이라며 “헌재 재판관들에게 심증적으로나마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에도 ‘뇌물수수 등 각종 형사법 위반’ 부분이 포함돼 있다. 국회가 헌재에 낸 탄핵사유서에는 박 대통령이 국민연금공단을 동원해 2015년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돕고, 삼성은 그 대가로 미르·K스포츠재단에 204억원을 출연한 것으로 돼 있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의 변론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박 대통령 측은 지난달 19일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을 주된 근거로 삼아 줄곧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를 부인해 왔다.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박 대통령 측은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가 먼저 입증되지 않으면 탄핵 사유가 없다는 입장이었는데 그 주장의 근거가 빈약해졌다”고 말했다.
다만 이 부회장의 영장 발부가 탄핵심판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탄핵심판은 탄핵 사유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헌법 위반의 중대성을 판단하는 것인데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뇌물 혐의는 그 가운데 일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헌재의 변론에서도 재단 설립과 기업 출연에 대통령이 얼마나 관여했느냐에 초점이 맞춰졌을 뿐 삼성 뇌물 관련은 주요 쟁점이 아니었다.
부장판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헌재의 탄핵심판은 범죄 여부를 가리는 형사재판과 다르다”며 “이 부회장의 혐의와 그에 대한 수사, 형사재판 등이 헌재 재판관들의 판단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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