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KAI) 임직원들의 회사 주식 사랑은 유별나다. 이 회사 직원들은 지난달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93억원어치의 회사 주식을 장내에서 사들였다. 임원들도 주식 매입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현재 주가가 기업가치 대비 현저히 저평가됐다는 판단에서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하성용 대표이사는 지난 7일 회사 주식 1000주를 장내에서 매수했다. 주당 취득단가는 6만700원, 취득 규모는 6070만원이다.
장성섭 부사장은 지난 14일 9950만원을 들여 1765주를 장내에서 사들였다. 김인식 부사장도 이달 15일과 18일, 이틀에 걸쳐 총 1055주를 장내 매수했다. 매입 규모는 5860만원이다.
비슷한 시기에 이동신 전무와 김형준 전무도 회사 주식을 각각 1000주, 500주 장내 매입했다. 이용식 상무, 김명성 상무, 심걸택 상무, 문석주 상무도 적게는 180주에서 많게는 834주를 장내에서 사들였다.
하 대표를 비롯한 임원들의 회사 주식 매입은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하 대표는 취임 직후인 2013년 6월 회사 주식 3000주를 장내 매집했다. 그해에만 모두 6000주를 사들였다. 2014년 2500주, 2015년 500주, 2016년에도 1000주를 장내에서 매수했다. 하 대표는 연말 또는 연초에 주식을 샀고, 임원들 역시 매년 뜻을 같이 하고 있다.
우리사주조합은 올해 1월 회사 주식 매입을 마쳤다. 이번 매입에는 전체 직원의 절반이 넘는 2269명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취득 규모는 총 92억9800만원으로 모두 장내에서 사들였다. 작년 초에는 100억원어치를 샀다.
회사 관계자는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회사 주식을 취득하면 연말정산 시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어 직원들의 참여도가 높다"며 "매년 자사주를 샀지만 올해는 주가 반등에 거는 기대감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회사 주가가 기업·사업 가치에 비해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당분간 한국항공우주의 반등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4분기 실적 발표 후 증권사 10여곳이 한국항공우주의 목표주가를 일제히 하향했다.
신한금융투자가 회사의 목표주가를 10만원에서 8만원으로 떨어트렸고, 유진투자증권도 11만5000원에서 7만9600원으로 내렸다. 한국투자증권, 교보증권도 목표가를 각각 30%, 15% 하향 조정했다.
이강록 교보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한국항공우주의 신규 수주는 3조원으로 연초 목표량인 6조5000억원보다 매우 부진했다"며 "완제기 수출, 기체부품 수주가 부진해 군수부문을 제외하면 뚜렷한 수주 성과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올해부터 매출액 증가율이 둔화될 전망이며, 미국 고등훈련기 수주가 가시화 되기 전까지 주가는 박스권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진명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내수시장에서 기대할만한 수주 물량은 없고, 해외수주가 관건"이라며 "모든 실적의 변동성은 대외적 요인에 의해 발생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근 한국항공우주는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8월31일 8만7700원에 거래되던 한국항공우주는 지난 13일 5만3200원까지 내려 앉았다. 길어진 수주공백에 성장성이 둔화됐고, 4분기 부진한 실적 발표에 투자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오전 9시 50분 현재 주가는 5만5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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